유럽연합(EU)이 미국에 이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EU 고위 외교관은 "우리는 5차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많은 새로운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EU 각국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앞서 21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만난다.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지난 3주간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동결을 포함한 제재를 잇달아 내놨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미국의 러시아 석유 금수 제재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놓고 힘든 선택에 내몰렸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했지만,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EU는 제재 대상을 에너지로 확대하는 조치는 꺼려왔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를 포함한 발트해 국가들은 석유 금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독일은 유럽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는 EU가 러시아산 석유를 제재하면 유럽으로 통하는 가스관을 잠글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러시아는 EU가 필요로 하는 천연가스의 40%를 제공하는데 EU 중에서는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의존도가 가장 높다. 독일은 EU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거의 전적으로 러시아 가스프롬이 공급하는 천연가스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불가리아는 대러 에너지 제재를 결정할 경우 자국을 예외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EU 제재 결정은 의견 일치가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 EU 이사회 의장국인 프랑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제재와 관련해 "그 어떤 것도 금지되지 않고, 금기시하는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EU 외교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화학무기로 공격하거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맹폭하면 에너지 금수 조치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가 미국의 러시아 석유 금수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이 예멘 반군으로부터 공격받았다는 소식에 국제유가는 21일 장중 배럴당 약 3달러 상승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10달러 위로 올라섰다. 브렌트유는 한국시간 오후 3시 49분 현재 3.28달러(3.04%) 오른 111.21달러에 거래됐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39달러(3.24%) 상승한 108.09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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