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 외치더니…KT 정관 변경에 주주들 '시큰둥'

방서후 기자

입력 2022-03-31 19:02   수정 2022-04-01 14:32

    <앵커>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오늘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건데, 주주들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먼저 양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탈통신을 부르짖고 있는 KT가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형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BC카드와 케이뱅크를 소유한 KT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KT는 앞으로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미래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KT는 콘텐츠 부문의 스튜디오지니로 중간지주사를 묶고, 금융은 BC카드를 중심으로 그 아래 케이뱅크를 두는 식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바 있습니다.

    오늘 주총에선 `밀리의 서재`, `케이뱅크` 등 자회사들의 IPO 계획도 공개됐습니다.

    케이뱅크의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IPO를 준비 중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증권가에선 지주형 회사 전환과 자회사 IPO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남곤 / 유안타증권 연구원 : KT가 상대적으로 많은 자산 대비 저평가되고 있는 요인 중에 지배 구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주가에는 지주형 회사 체제로 가는 것만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IPO 통해 자회사의 가치가 한 번 더 환기될 수 있는 측면 있고]

    한편 쪼개기 후원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종욱 대표는 주총 전 자진사퇴했습니다.

    시민단체와 국민연금의 재선임 반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앵커>

    오늘 열린 KT 주총은 `탈통신`을 향한 KT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성장이 정체된 통신사업보다는 신사업을 키워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건데. 어찌된 일인지 주주가치 제고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방서후 기자. KT의 탈통신 기조가 정관 변경에도 영향을 미쳤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늘(30일) KT 주주총회는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기업 체질을 바꾸기 위한 계획이 드러난 자리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러면 앞으로 KT가 어떤 식으로 신사업을 추진해나갈 것인가, 이 방향성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바로 정관 변경을 통해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건데요.

    이는 지난 달, KT가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IDC) 부문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분리해서 설립한다고 밝힌 `KT클라우드`라는 회사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됩니다.

    그러니까 KT클라우드가 나중에 상장을 하더라도 기존 KT 주주에게 KT클라우드의 주식을 주겠다고 약속한 셈이죠.

    그런데 탈통신을 선언한 이상 클라우드 하나만 밀어주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KT는 클라우드 말고도 로봇이나 AI, 뉴미디어, 헬스케어 같은 웬만한 성장 사업에 다 손을 대고 있거든요.

    즉, 그동안 통신사에 속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한 신사업 부문을 분리해서 자회사는 자회사대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게 하고,

    알짜 자회사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주가 하락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기존 KT 주주들에게도 자회사 주식을 나눠줘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

    여기까지가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난 정관 변경의 취지입니다.

    <앵커>

    신설 자회사 주식을 기존 주주들에게 나눠주면 좋은 거 아닙니까?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로 떨어져 나오면서 기존 주주들은 새 회사 주식도 못 받고, 원래 가지고 있던 주식 가격도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했잖아요?

    이번에 분사를 앞둔 KT클라우드는 물적분할이 아니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죠. 물적분할은 아닙니다. KT클라우드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현물출자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거기다 KT가 KT클라우드 주식을 현물배당해준다고 분명 약속을 했죠?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현물배당`이라는 단어입니다.

    <앵커>

    주식을 주는 게 아니란 말인가요?

    <기자>

    현물배당은 현금 또는 신주가 아닌 형태로 회사의 재산 가운데 일부를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KT클라우드가 새로 발행한 주식 말고 원래 자기 주식이나 현금으로 배당해준다는 거죠.

    그런데 현재 KT 주주는 약 22만명에 달합니다. KT클라우드 주식은 1,771만주고요.

    지분율에 따라 나눠준다고 하면 웬만큼 주식을 많이 보유하지 않고서는 주식을 받을 수 없습니다.

    KT 주주 구성을 보시면 대주주 국민연금(11.68%)이 있고요, 외국인 지분이 40%가 넘습니다.

    이 외국인들은 보통 펀드 같은 것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개인 투자자들보다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요.

    개인은 37% 남짓 되는 지분에서 국내 기관이랑 또 나눠가져야겠죠. 사실상 소액주주들은 주식을 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최근 자사주로 현물배당한 SK이노베이션 사례가 그 증거입니다. 1주당 배당 받을 수 있는 주식이 0.011주에 불과했습니다.

    최소 100주, 2천만원 어치 이상은 가지고 있어야 1주를 겨우 배당받을 수 있고요. 1주 미만 단주는 그냥 현금으로 받는 겁니다.

    KT클라우드 주식 전부를 KT 주주들에게 고르게 나눠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인적분할을 했겠죠.

    KT는 주인이 없는 회사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율 변동이 수반될 수 있는 인적분할을 추진할 이유가 앞으로도 없습니다.

    결국 소액주주들에게 현물배당은 물적분할과 다를 바 없는 말장난인 셈입니다.

    <앵커>

    KT가 탈통신을 부르짖는 만큼 이런 식의 자회사 분리가 반복될 것 같은데, 그럼 22만명이나 되는 KT 주주들이 앞으로 LG화학 주주들처럼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

    <기자>

    그나마 다행인 건 KT가 비교적 일찍 분사를 결정했다는 점입니다.

    LG화학이 한창 잘나가는 배터리사업부를 분사했다면, KT는 앞으로 잘나갈 것 같은 사업부를 떼어내는 거죠.

    똑같은 자회사 분사 소식에도 KT 주가가 LG화학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KT 전체 매출에서 KT클라우드로 분할되는 클라우드와 IDC 사업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8%에 불과합니다.

    또 오늘 주총에서 구현모 대표가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잖아요?

    보통 지주사들은 할인율이 높은 편인데 이미 KT 자체가 경쟁사 대비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고요.

    여기에 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자회사 밀리의 서재와 케이뱅크의 예상 기업가치만 도합 11조원에 달합니다. KT 시가총액보다도 큰 규모고요.

    관건은 기존 주주들이 자회사 주식을 받지 못해도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의 기업가치 상승이 따라야한다는 겁니다.

    KT클라우드를 비롯한 신설 자회사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그것이 KT 기업가치까지 끌어 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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