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일단 문재인 정부의 정부 부처 조직을 바탕으로 주요 부처 장관부터 조각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직후 곧바로 국정 운영에 돌입하기 위해 `일할 준비`를 갖춰놓는다는 것으로, `선(先) 조각, 후(後) 조직개편`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상황에서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새 내각 진용을 구성하려면 시간이 오래 소요되면서 정부 출범 초기에 국정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조직 개편은 정쟁의 대상이 될 일이 아니다"고 말한 뒤 "국민들에겐 정부 부처가 어떻게 바뀌느냐보다는, 민생을 위해 새 정부가 열심히 일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면서 `선(先) 조각, 후(後) 조직개편` 방침을 밝혔다.
역대 정부 출범 시에도 정부조직 개편은 매번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겨우 넘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집권 초 정부조직개편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거 정부 사례를 감안할 때, 극단적인 여소야대의 파도를 헤치고 항해를 시작해야 하는 윤석열호(號)로선 `선 조각, 후 조직개편`이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당장 일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 국정공백을 최소화 하는 것이 집권 초 국정동력을 이어갈 힘이 된다는 점에서다.
인수위는 우선 법무·행정·경제 등 주요 부처의 장차관들에 대한 인사 추천·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현 정부 조직에 준용해 내각의 `라인업`을 짠다는 것이다. 폐지를 공약한 여성가족부의 경우 인사는 서두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3일 국무총리 내정자가 발표되면, 주요 부처의 장관 인선도 내달 초부터 줄줄이 발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나아가 정부조직 개편의 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폐지를 공약한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을 새 정부 조직이 어떤 식으로 소화할지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간 통상부문을 조정하는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캠페인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선 고도의 정무적인 판단이 요구된다는 기류도 인수위 내에서 읽힌다.
`전면 폐지`에 힘을 실을 경우 현재 여가부의 순기능을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동시에 `확대·개편`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공약을 뒤집었다`는 비난 여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가부 문제를 포함해,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국민을 최대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며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무리 소폭으로 개편한다 해도, 여가부에 손을 대지 않으면 정부조직 개편에 의미가 없다"라며 "하지만 여가부 하나만으로 민주당이 결사반대할텐데, 굳이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인수위는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해 `눈치 보듯` 소극적으로 조직 개편에 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조직은 새 정부의 국정 비전과 철학을 담아내는 그릇인 만큼,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이 거대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를 가정해 조직 개편을 미루거나, 현 정부의 부처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 통과가 힘들 것 같다는 우려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도 무조건 발목잡기만 한다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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