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권거래소가 60여년 만에 주식 시장 시스템을 대폭 개편해 거래를 시작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한 분위기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 주식을 프라임(Prime), 스탠더드(Standard), 그로스(Growth) 등 3가지로 구분하는 방식의 거래를 4일 시작했다.
기존에는 제1부, 제2부, 마더스(Mothers, Market of the high-growth and emerging stocks), 자스닥(JASDAQ)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자스닥을 스탠더드와 그로스로 다시 세분해 모두 5가지로 나눴는데 간략하게 바꾼 것이다.
이는 1961년 10월 도쿄증권거래소가 제1부와 제2부를 구분한 후 가장 큰 개편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의미를 부여했다.
교도통신·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한 1천839개 사가 최상위 등급인 프라임으로 분류됐다. 기존에 제1부에 있던 기업(2천177개 사)의 약 84%가 프라임으로 이행한 것이다.
일본 내에 실적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1천466개 사가 프라임 다음 등급인 스탠더드로 분류됐다. 신흥기업을 중심으로 466개 사가 향후 성장 가능성을 기대한다는 의미를 담은 그로스로 편입됐다.
NHK에 따르면 기요다 아키라 도쿄증권거래소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념식에서 "시장 재편의 목적은 국내외 투자가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시장 재편을 계기로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대응이 진전할 것을 크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개편 자체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빈애셋매니지먼트에서 일본 주식 전략을 담당하는 피터 보드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 주식시장은 해외 시장과 비교해 매력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개혁적인 변화를 수행해 매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나 방향성은 좋았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재편 후의 모습을 보면 지금까지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에 의견을 밝혔다.
그는 새로운 분류에 관해 "별로 특징이 없는 구분"이라며 "제1부의 약 80%인 약 1천800개 사가 프라임으로 이동해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인상"이라고 덧붙였다.
보드먼 매니저는 "외국인 투자가가 일본 투자 비중을 줄이는 이유는 인구가 줄고, 기업이 성장하지 않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도 적은 것 등"이라며 "일본 기업이 사업 확대나 인수·합병(M&A)에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시장 재편은 상징적인 의미가 많고 실효성은 적다. 다만 개혁은 지금부터다. 이것으로 끝이라는 형식이 아니면 좋겠다"는 후지토 노리히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투자전략가의 발언을 소개했다.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이치는 최근 뉴스위크 일본판에 실은 글에서 도쿄증시 재편에 따른 변화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서 "일본 주식시장은 이미 아시아의 로컬 시장이 되고 있으며 개혁을 철저하게 하지 못하면 두 번 다시 주요 시장으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대의 문제는 가장 위험에 민감해야 할 시장 관계자의 위기감이 옅다는 것이다. 현상 유지를 강하게 희망하는 사업회사의 의향을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시장을 운영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 재편 첫날인 4일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주가(225종, 닛케이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70.49포인트(0.25%) 오른 27,736.47로 장을 마감했다.
토픽스(TOPIX) 지수는 9.36포인트(0.48%) 오른 1,953.63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편에 따라 닛케이지수를 구성하는 225개 사 가운데 1개 사가 바뀌었고, 토픽스는 투자가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구성 종목이 당분간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