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앞에서 종이호랑이 신세가 돼 7주째 쩔쩔매는 이유를 워싱턴포스트(WP)가 9가지로 정리했다.
8일(현지시간) WP에 따르면 러시아의 가장 결정적인 실책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오판`이다.
러시아는 자국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해방군처럼 환영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친러 주민 비율이 높은 동부 돈바스 지역뿐 아니라 수도 키이우에서도 무혈입성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저항력은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무한정에 가까운 서방의 무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정규군뿐 아니라 시민들도 사냥 소총과 화염병, 벽돌을 들고 러시아군을 겨눴다.
두 번째는 `러시아군의 준비 불충분`이다. 우크라이나 측에 사로잡힌 러시아군 포로 상당수는 침공 사실을 전해 듣지도 못한 채 국경을 넘어섰다고 증언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전투 준비가 되지 않은 병사들은 전장에서 사기가 급격히 저하됐다. 대규모 사상자까지 발생하자 러시아군의 사기는 더 악화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사망자 수가 1만5천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장병 시신 7천 구를 전장에서 수습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측은 자국군 사망자 수가 1천351명이라고 주장한다.
`부적절·불충분한 보급`도 러시아군의 주요 실책으로 지목된다.
WP는 러시아군이 2주 치 식량만 갖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는 순식간에 바닥나버렸다.
연료가 떨어진 장비 옆에서 시간만 흘려보내는 러시아군, 상점에서 닭고기를 훔치는 러시아군 등의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러시아군은 야간투시경 등 현대전에서 필수인 장비도 제대로 보급받지 못했다. 야간 투시경을 확보한 우크라이나군이 밤만 되면 어둠을 활용한 매복 공격으로 펄펄 날고, 러시아군은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됐다.
군수 문제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도 러시아군의 전력을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지목된다.
탱크가 멈춰 섰고, 이후 투입된 트럭들은 제대로 유지·보수가 돼 있지 않아 길에서 퍼지기 일쑤였다. 이는 전쟁 초기 최대의 미스터리였던 `64㎞짜리 러시아군 행렬`의 배경이 됐다.
또한 우크라이나 영토가 비교적 넓어 물자를 이송할 거리 자체가 멀고, 수송대 엄호 병력이 부족하다는 점, 러시아군의 지휘통제 시스템이 중구난방일 뿐만 아니라 물량 자체가 부족했다는 점 등이 군수 실패의 다양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아무런 대책을 세워두지 않은 것도 중대한 실책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새롭게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동안 러시아 장병들은 기존에 받은 명령대로 우크라이나군의 매복 지점을 향해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러시아군의 `제공권 확보 실패`, `동시다발적 공격으로 인한 병력 분산`, `휴대전화·구식 무전 등에 의존한 비암호화 통신`, `중구난방식 지휘체계로 인한 전장의 혼란 상황` 등도 러시아군의 큰 실책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