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맛'본 은행자산가 "쏠쏠하네"..씨티銀스타PB 증권 적응기

지수희 기자

입력 2022-04-24 14:47   수정 2022-04-24 16:36

지난해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철수한다는 발표에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전 금융권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자산관리 고수` 씨티은행PB들을 모셔오기 위한 물밑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씨티은행은 1989년 국내 최초로 개인재무관리(Private Banking)서비스를 도입한 자산관리 선구자인데다 외국계 은행의 자산관리 노하우를 활용하는 `자산관리 명가`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말 가장 많은 수의 직원이 씨티를 떠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발빠른 금융사와 합이 맞은 스타PB들은 이미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 등으로 거쳐를 옮겨 오랜기간 신뢰를 쌓아온 기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씨티은행에서는 프라이빗뱅커(PB, Private Banker)를 전담역(RM, Relationship Manager)으로 칭한다. PB가 고객의 종합 자산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씨티은행은 고객의 심리적인 측면과 생애 전반을 관리하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120여명의 RM가운데 은행업계에서는 같은 외국계회사인 sc제일은행으로 27명이 이동했고, 우리은행으로도 약 20여 명 자리를 옮겼다. 증권사 중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이들을 대거흡수했다. 총 33명의 RM이 옮겨왔고, 특히 단 세 명 뿐인 최고의 RM, CPC(씨티골드프라이빗클라이언트) RM중 두 명을 모두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씨티고액자산가들을 흡수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존 씨티은행 고객들의 방문이 불편하지 않도록 기존 씨티은행 VIP센터가 위치해있던 광화문과 청담 센터 바로 옆 건물에 신한금융투자의 VIP센터를 마련했다. 이 곳 PB들은 씨티은행에서 온 RM들로만 구성돼 있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증권업계 돌파구로 `자산관리` 강화 전략을 내세웠다.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메가트렌드 중 하나인 `머니무브`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투자명가`명가로 발돋움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은행에서 증권으로 `머니무브` 시작

씨티은행에서 신한금융투자로 이동한 관리자산은 약 수천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직 씨티은행 고위 관계자는 "구성원에 따라 다르지만 33명이 이동했다는 점에서 1조 원에 가까운 수천억 원은 충분히 설명 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다만 "씨티은행의 오랜 고객들 중에는 씨티은행의 강한 내부통제를 거친 정돈된 상품을 좋아하는 충성 고객이 많아 기존 관리 자산이 모두 이동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광화문 센터에서 만난 신은재 이사는 한미은행 시절부터 25년 간 씨티은행에 몸담으면서 CPC RM으로 선정된 최고의 자산관리 전문가다.

신 이사 혼자서 약 2500억 원의 고객 자산을 관리해왔다. 신 이사는 이직을 결정 한 순간부터 `은행권`은 배제했다고 말한다. 은행권의 상품은 예금과 보험, 펀드 상품으로 제한적이어서 최근 고객들이 요청하는 상품들을 담을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신 이사는 "은행에서 주로 판매했던 펀드가 신한금투에 대부분 오픈돼있을 뿐 아니라 이에 더해 ETF나 주식, 랩 상품 등을 고객들에게 추천할 수 있어서 다양한 상품 구성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산가들이 예민해 하는 `세금` 부분에 있어서도 같은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청담센터의 정미애 부지점장도 22년간 근무한 배테랑이다. 3천억 원의 자산을 관리해온 정 부 지점장도 신한금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신한금융투자가 종합자산관리 시장을 확대하고, 주니어 PB를 키우려는 의욕이 보이는 등 씨티의 DNA를 심고자 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계 은행이 의사결정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한국 증권사들은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변화하고, 리서치와 세금 전문가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적절한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 부지점장은 "금리인상 시기에 맞춰 은행업계에서는 편입하기 힘든 배당주 ETF나 실물자산 ETF, 펀드를 통해 지난 3개월간 적절한 수익을 거뒀다"며 "하반기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 "LG엔솔 청약 고객 반응 최고"..`펀담대` 활용 `쏠쏠`

올해 초 이직해온 두 PB은 특히 `LG엔솔 청약`에서 가장 쏠쏠한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들은 증권사 VIP고객이기도 하지만 은행권에만 자산을 맡겨왔던 고객들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면서 단기간 200%에 가까운 수익을 내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정 부지점장은 "신한으로 옮겨와서 첫번째 미션이 `엘지엔솔` 상장"이었다며 "청약 과정에서 고객들도 새로운 자산을 접하게 됐고, 시초가에 매도를 해드려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LG엔솔 상장 당시 공동주관사로 참여했으며 공모가 30만 원으로 시작한 LG엔솔은 상장 첫날 2배에 해당하는 59만8천 원까지 상승했지만 현재 43만 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신 이사도 "씨티 고객이 신금투로 자산 이동을 고민할 때 LG엔솔을 홍보해서 유동자금을 넣어주셨고 시초가에 잘 팔아드렸더니 은행에서 못해보던 것 해봐서 재미있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일시적인 자금이 필요할 때는 펀드를 활용하려면 펀드를 환매한 후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 밖에 없지만 증권업계에는 `펀드담보대출`이 있어서 LG엔솔 청약을 위해 잠시 자금을 쓰고 다시 상환하는 시스템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 "우량 비상장사 투자 등 새로운 경험 소개할 것"

두 PB 모두 증권업계로 옮겨오면서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장점이라고 꼽았다. 하반기에는 고객들에게 `우량한 비 상장사`도 일부 자산에 편입시킬 예정이다.

신한금투에서는 직방이나 리디, 마켓컬리나 당근 등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우량 비상장 투자 기회를 신탁 조합 상품을 통해 VIP고객들에게 일부 제공할 계획이다.

정 부지점장은 "비상장 기업의 경우 IPO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비중을 많이 가져가면 안되지만 수익이 나올 경우 예금금리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자산을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기 주목할 상품에 대해서 두 PB모두 배당주와 인프라 ETF를 추천했다.

신 이사는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보다 배당주 ETF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원유나 농산물이 이미 많이 올랐지만 농산물 같은 경우는 원유에 비해 변동성이 적어 아직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고객들에게 추천해 괜찮은 수익을 본 펀드 중 하나가 중소형 가치주펀드"라며 "특히 지수가 2700선에서는 중소형 가치주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두 PB들은 "씨티은행의 자산비중은 보험이 약 30%, 미국 주식 펀드 30%, 유럽주식 펀드 10% 등으로 구성됐지만 국내 주가지수가 저점 부근에 와있는 만큼 앞으로는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를 기반으로 국내 주식펀드나 ETF에도 관심을 갖고 고객들에게 추천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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