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참전...밀키트시장 지각변동 예고

유오성 기자

입력 2022-04-22 19:19   수정 2022-04-22 19:19

    [기자]

    한 대형마트의 밀키트 코너.

    전골, 찌개류부터 스테이크, 일본 음식까지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습니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이 밀폐된 포장에 담겨있어, 가정에서 약간의 조리만 하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이전 간편식이 죽, 도시락, 국처럼 간단한 요리를 데워먹는 수준이었다면,

    밀키트는 외식으로 먹던 요리를 쉽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기자: 간편식이 주부들이나 내 손으로 직접 요리하시던 분들에게는 신뢰를 못 받았었는데 밀키트를 적극적으로 구매하신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은정순 / 주부: 요즘에는 가구수가 2인 3인 밖에 안되잖아요. 이 가격 대비 이런 요리를 해먹기엔 돈이 더 많이 들어요. 일단 먹어보고 맛이 괜찮으면 이것 저것 구매하게 되고…]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는 밀키트 시장이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줬습니다.

    바깥 활동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밀키트는 외식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각광 받아왔습니다.

    실제, 지난해에만 40여개의 밀키트 브랜드가 새로 런칭했고. 올해는 벌써 120개에 달하는 신규 브랜드가 생겼습니다.

    3년 전 1,000억원 수준이었던 밀키트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2,6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한 상황입니다.

    마트 등 유통업계도 밀키트 고객층을 사로잡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육류나 수산물처럼 밀키트 전용 판매대를 두는 한편, 마트에서 자체 제작하는 밀키트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김희영 / 롯데마트 서울역점 가공담당: 젊은층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혼자 사는 노인분들도 많기 때문에 그런 분들도 많이 찾으시고요, 매출은 한달에 5% 정도 신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밀키트 업계에 남은 숙제는 엔데믹 이후에도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코로나19와 `집콕` 문화가 밀키트의 성장세를 주도해온 만큼, 야외 활동이 회복될수록 밀키트 매출은 꺾일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밀키트는 보관 기한이 3~5일에 그치기 때문에 기존 간편식처럼 `쌓아두고 꺼내먹는` 소비 형태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코로나19로 몸집을 키운 밀키트 시장이 엔데믹 시기에는 또 어떻게 진화할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앵커]
    5년 전 용어조차 생소했던 밀키트는 코로나19를 만나 2년 만에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참전하고 있는데,

    일상회복을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변화가 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을 가지고 올 것인지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유 기자. 밀키트 시장 어째서 이렇게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까?

    [기자]
    밀키트 시장은 프레시지라는 스타트업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매출 1889억 원을 기록했고, 이는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프레시지 성공 비결을 들여다보면 이 시장이 어떻게 성장을 해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데요.

    우선 신제품을 출시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대기업 같은 경우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려면 기획팀, 개발팀, 재무팀이 따로 움직이잖아요.

    밀키트 제품을 새로 만드는 일이 주력 사업도 아니고요. 그래서 신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보통 여섯 달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레시지는 파트너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출시하는 사업만 하는 회사입니다. 한 마디로 밀키트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거죠.

    제품 하나를 기획해서 시장에 출시하는데까지 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하고, 30명이 넘는 셰프들이 직접 상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출시한 상품들은 지난해 260종이 넘습니다. 월별 차이가 크다고는 하지만 한 달에 20개가 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던 셈이죠.

    [앵커]
    빠른 속도기는 하지만 단지 제품을 빨리 만든다고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레시지 핵심 경쟁력 가운데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퍼블리싱 역량인데요.

    쉽게 말해서 누군가 밀키트 제품을 출시 하고자 하면 프레시지 도움을 받아 시장에 내놓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주문자 위탁생산 OEM방식이죠.

    현재 이 방식은 프레시지 매출 30% 가량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핵심 사업으로 부상했는데, 대기업들보다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파트너사들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장사가 잘 되서 밀키트를 내려고 할 때 대기업과 이런 방식의 밀키트 계약을 맺게 된다면 일단 검토 과정 자체가 까다롭습니다.

    또 실제 제품이 시장에 나온다해도 해당 기업이 보유한 유통채널을 통해서만 판매를 할 수 있다거나 아예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로 편입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하지만 프레시지는 말 그대로 OEM에 더 가깝기 때문에 파트너사들이 좀 더 자유롭게 유통 구조나 판매 전략을 짤 수가 있는 것이죠.

    [앵커]
    아무래도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다보니 대기업들도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어 보입니다.

    이러다 보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텐데, 프레시지가 1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기자]
    이미 식품회사들이 자체 밀키트 브랜드를 출시하며 이 시장에 참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CJ제일제당은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내놓으면서 2주마다 4종의 신제품을 내놓겠다 선언을 했고요.

    롯데푸드는 숙명여대 한영실 교수실과 협업해 쉐푸드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여기에 이 사업을 키우겠다며 65억원을 들여 밀키트 스타트업에 지분투자까지 한 상황이고요.

    hy는 특이하게 야쿠르트 판매망을 통해 새벽배송을 이용해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전날 미리 주문하면 우리가 흔히 야쿠르트 아줌마로 부르는 프레시 매니저들이 새벽에 배송을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식품 대기업들이 뛰어들기 위해선 시장 규모가 1조 원은 돼야한다는게 업계 관측인데, 밀키트 시장은 조만간 이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이라 대기업들의 공격과 프레시지의 수성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겁니다.

    [앵커]
    대기업 참전으로 시장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가격경쟁도 불가피 하지않을까 싶은데, 초기시장이긴 하지만 현재 밀키트 사업이 수익이 나는 구조는 아니잖아요?

    [기자]
    밀키트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라 매출이 늘어도 원가비율이 높아 제품을 팔아도 실제 남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또 생물을 담고 있다보니 유통기한이 짧다는 점도 수익률을 낮아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이 밀고 들어온다면 수익성 확보는 더더욱 어려워지는 셈이죠.

    그래서 프레시지는 쿠팡이나 마켓컬리처럼 시장 점유율을 먼저 높이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고,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맞춘 생산 인프라를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프레시지 적자도 신규 고객확보를 위한 `계획된 적자` 성격이 강한 이유죠.

    프레시지는 지난 2020년 8천평 규모 전문 생산시설을 준공했고요. 현재는 생산 효율화 과정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프레시지는 이 생산 효율화 기간을 2년 정도로 잡고, 올해 하반기 수익률을 끌어 올려 내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프레시지 관계자 인터뷰 들어보시죠.

    [최진희 / 프레시지 유통B/U상품전략센터장 : 프레시지는 지금까지 800여가지 제품을 출시한 경험이 있어서 어떤 제품에 어떤 구성이 들어갈지는 우리 데이터로 남아있습니다. (대기업들이) 돈을 투자하면 설비는 얼마든지 따라올 수 있지만 우리 제품 제조 노하우를 따라오지는 못할 겁니다.]

    [앵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하지만 계획된 적자라고 하는 쿠팡이나 컬리의 경우를 보면 흑자 전환이 쉽지는 않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현재 프레시지는 매출은 늘지만 영업손실은 2년 연속 4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투자유치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건데 현재까지 5천억원 정도 유치됐다고 합니다.

    정확한 투자 히스토리는 비밀에 붙이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가장 많이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고요.

    그런데 외국계 사모펀드 특성상 회사를 키워서 IPO를 하던가 아니면 지분을 다른 곳에 팔아서 엑시트를 하려고 할텐데요.

    흑자 전환이 미뤄지면 이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프레시지가 아무리 1위라고 해도 추가적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특히나 대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지면 더 그럴 수 있죠.

    그래서 현재는 프레시지가 이 시장의 1위이고 그들의 사업방식이 롤모델이 되고 있지만, 대기업 참전 이후에 이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시장 현황과 경쟁구도를 전망해봤는데요, 시장 전망도 끝으로 해볼까요? 코로나 이후에 밀키트 성장세가 둔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요.

    [기자]
    우리보다 앞서 밀키트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미국의 경우 일상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밀키트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2020년 69% 성장률을 보였던 미국 밀키트 시장은 지난해 18%로 성장세가 대폭 꺾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는 이커머스나 새벽배송시장이 발달해 신선 식품류가 소비자 삶 속에 훨씬 깊숙이 침투한 상황이라 엔데믹 이후 소비자 선호가 계속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밀키트는 식사와 장보기 대체수단으로 소비와 조리 모두 간편한 상품이라 코로나19로 확대된 소비 경험이 재구매율로 이어져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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