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3고 경제' 파고…불확실성에 떠는 금융시장

입력 2022-04-24 07:42  


물가와 금리, 환율이 모두 오르는 `3고(高)` 어려움이 닥치면서 주식, 채권, 원화 가치가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과 그에 따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 요인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는 9.17% 떨어졌다. 연초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에 더해 높은 물가 상승, 예상보다 빠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등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22일에도 코스피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적) 발언에 23.50포인트(0.86%) 내린 2,704.71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환율도 급등하자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증권사들은 지난달부터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2,610∼3,330에서 2,500∼3,180으로, 유안타증권은 2,750∼3,350에서 2,550∼3,150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교보증권은 2,850∼3,450에서 2,550∼3,050으로 낮췄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현시점에서 긴축 강도가 더 세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주가에 반영해왔지만,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가 갈수록 강화돼 연준과 시장의 간극이 확대되고 있다"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증시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정명지 투자정보팀장은 "5월 50bp(1bp=0.01%포인트) 인상 이후 긴축의 속도와 강도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향후 증시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면서 "주요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전가할 수 있는지, 실적 감익이 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내외 긴축에 국내 채권시장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의 최종호가 수익률은 연 2.971%를 기록했다. 작년 말 연 1.798%에서 117.3bp 뛰어올랐다.

신용등급이 `AA-`인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22일 연 3.688%로 마감하며 올해 들어서만 127.3bp 급등했다.

이에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채권 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남아 있다.

높은 물가 수준과 이를 잡기 위한 통화당국의 긴축은 금리의 상방 요인이다. 다만 성장 둔화 우려로 시장의 무게추가 옮겨가면 시장 금리가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물가와 성장을 모두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를 통해서 보면 국내 경기는 점차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 들어서는 더욱 둔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시장에서 연 2.00∼2.25%로 기준금리 예상 수준이 형성된 가운데, 성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인해 그 이상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약해졌다고 본다"며 "2분기에는 시장 금리의 고점을 확인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외환시장은 달러당 1,240원대 중반까지 올라갔다. 달러당 1,240원대 중반은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원화의 가파른 약세를 막는 강한 심리적 저항선이 돼왔지만, 지속되는 달러화 강세 압박에 저항 강도는 점점 약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22일 장중 달러당 1,245.4원으로까지 상승(원화값 하락)하며 연고점(1,244.4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글로벌 물가 상승세 지속과 연준의 강한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달러화 강세에 우호적인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원화의 약세 지속은 당분간 불가피하다.

특히 엔화 가치가 일본은행의 초저금리 정책 고수로 급락하면서 원화의 약세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 환율이 달러당 1,250원 위로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국면이다 보니 원/달러 환율도 쉽게 내려오기보다는 계속해서 상방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며 "2분기 중 달러당 1,250원선을 기본 상단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달러당 1,300원선 위로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달러당 1,280원선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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