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의료기기 제도를 만든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애써 개발한 이 제품들이 국내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IT바이오부 고영욱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고 기자, 혁신의료기기란 게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영상 하나로 파킨슨병을 정확하게 진단해주는 AI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국내 업체 휴런이 세계 최초로 만들었고, 국내에서 제3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품목입니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잘 안돼, 손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는 등 일상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동안 파킨슨병 진단은 방사선을 사용하는 영상 촬영 장비에 의존했습니다.
여기 휴런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보실까요. 여성 환자분이 지금 MRI 기기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MRI는 어느 병원에서나 볼수 있는 일반적인 장비입니다. 그 다음엔 인공지능이 알아서 진단을 해줍니다. 도파민 분비를 관장하는 중뇌 특정영역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진단하는 방식입니다.
진단 정확도는 90% 이상입니다. 기존 촬영 장비보다 나은 겁니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이걸 못쓴다는 겁니다. 원인은 건강보험 적용 때문인데요. 실제로 휴런은 이 제품 판매허가를 받은지 1년이 지났지만 매출이 한 푼도 없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앵커>
의료기기는 국민 건강에 영향을 주는 제품인 만큼 최종적으로 쓰이기 전까지 충분한 검토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혁신적인 기술이라면 빠르게 도입되는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애써 개발했는데 쓰이질 못하니 안타깝습니다. 정부는 왜 수가 적용을 제대로 안해준 겁니까.
<기자>
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정부 측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 장준호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술등재부장 :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아직 불확실한 기술에 대해서 모든 의료기관에서 이걸 제공하거나 했을 때 과연 의료영역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게 검증되어야 저희가 건강보험에 진입하고 하는 게 맞는 방향이거든요.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선 좀 더 한정된 기관에서 사용해보고 모니터링해서 그 후에 정식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해서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
<앵커>
한마디로 하면 아직 안전한지 효과적인지 검증이 덜 됐기 때문이란 얘기군요.
<기자>
조금 아쉬운 점은 이미 식약처 허가를 받은 혁신의료기기들도 같은 상황이라는 겁니다.
혁신의료기기제도를 도입한 게 2020년 5월입니다. 의료기기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101개가 신청됐고요. 그중에서 18개가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습니다.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면 식약처가 심사를 빨리 해준다는 혜택이 있습니다. 그리고 8개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어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 다음은 의료기기가 건강보험에 등재되느냐 여부입니다. 총 3개가 등재됐는데 2건은 기존기술 급여로 분류됐고, 1건만 선별급여로 분류됐습니다.
기존 기술급여는 혁신의료기기 제조업체 입장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제조업체가 이 기계를 병원에 팔려면 병원에서도 남는 게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병원에서는 한 대에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들여놓고 기존하고 똑같은 돈을 지원받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쓰기 어려운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업들이 요구하는 건 뭡니까.
<기자>
시장을 좀 열어달라는 건데 기왕이면 신의료기술로 평가해달라는 겁니다.
<앵커>
혁신의료기기도 있고 신의료기술도 있고 헷갈리네요.
<기자>
결론만 말씀드리면 신의료기술로 평가되면 기존 수가 외에 가산료를 받을 수 있고, 새로운 급여 기준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신의료기술 평가를 위해서는 임상 문헌이 있어야 해요. 혁신의료기기는 기존 치료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 진입이 어려운데, 시장 진입을 위한 임상문헌 확보 기회를 얻어야 하는 상황인거죠.
문제는 이런 기업들의 규모가 크지 않아요. 버틸 체력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앵커>
사실 건강보험공단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함부로 보험 적용대상을 늘렸다가는 재정이 나빠질 수 있으니까요.
<기자>
의료기기업계도 그 점은 동의합니다. 그래서 안전하고 효과가 검증된 혁신의료기기만이라도 시장을 열어달라는 겁니다.
재정이 문제라는 말도 나오는데 사실 새는 돈만 막으면 이런 혁신의료기기를 지원하는데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최근 나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문재인 케어의 상징적 혜택인 `뇌 MRI`가 급여 항목으로 포함되면서 찍는 건수가 10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중에는 단순 두통 환자도 있고 심지어 새벽 3시에 자다 깨서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앵커>
새는 재정을 줄이면 혁신의료기기 지원도 크게 힘들지 않겠군요. 다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보니 혁신의료기기 회사들이 계속 버틸지는 미지수입니다. 오늘의 한 줄과 해시태그는 뭡니까.
<기자>
오늘의 한 줄은 외면 받는 의료기기 `혁신`…이유는 건강보험
해시태그 #이러다 다 죽는다 #비급여 시장 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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