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성장보다 물가가 더 걱정…기준금리, 데이터 보고 결정"

전민정 기자

입력 2022-04-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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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절하 폭, 다른 국가보다 심하지 않아"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취임 이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와 성장 현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우선 성장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유럽 경기도 하락하고 IMF의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도 떨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증가할 수 있어 성장 측면은 어떻게 될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유가와 곡물이 어느 정도 랙(시차)을 두고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줄지, 이달 금통위에서 4%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했는데 상승률이 이보다 올라갈지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과 영향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제시했다.

그는 "이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5월 금통위 결정의 큰 변수"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이상 올릴 수 있는데, 이후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 움직임 등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낸 그는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되고 싶다"며 "고령화 상황에서도 우리 나라 성장률이 빠르게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또 취임사에서 경제 구조개혁 문제를 너무 강조한 것이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 영역에 대한 월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단기적으로 재정정책과 규제완화, 구조조정 등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각 부처가 맡은 소임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 조율은 필요하지만 정책집행은 당연히 존중하고 이견이 없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한은에 국민경제 안정이라는 큰 임무가 있는 만큼,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지 등은 보자는 것"이라며 "한국경제를 큰 배로 봤을 때 배가 1도만 기울어도 아무리 그 위에서 열심히 일해도 다른 곳에 도달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1,250원 가까이로 오른 것과 관련해서는 "1월이나 2월, 원화 가치가 절하된 정도(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정도)는 달러 인덱스가 상승한 수준과 비슷하다"며 "원화의 절하 폭이 엔화 등 다른 국가 통화와 비교해 심한 편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미국금리가 더 오르면 절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환율은 정책 변수라기 보다는 시장변수라고보고 환율을 고려해 금리 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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