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파시즘을 비판하는 영상에서 히로히토 일왕을 다른 2차대전 추축국 지도자인 아돌프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와 나란히 배치했다가 일본의 반발에 사과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이달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대판 러시즘(러시아+파시즘)`이라고 비판하고 이에 맞서겠다는 트윗과 함께 한 영상을 올렸다.
1분 21초짜리 영상은 러시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다 말미에 `파시즘과 나치즘은 1945년 패했다`는 문구를 올렸다. 문구 상단에는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총통과 독일 나치의 히틀러 총통, 일본 히로히토 일왕의 사진이 나란히 걸렸다.
이후 이를 뒤늦게 발견한 일본 네티즌들이 영상을 문제 삼았고, 영상이 주말 사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며 논란이 커졌다.
히로히토 일왕은 입헌군주제에 입각한 형식상의 통수권자일 뿐, 전쟁의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논리다. 1946년 도쿄 전범재판에서 미국은 일본의 여론을 의식해 히로히토 일왕을 전범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일본 외무성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의하도록 촉구했다고 전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날 일본 정부도 외교 채널을 통해 히로히토 일왕의 사진을 내리라고 우크라이나 측에 공식 요청했다고 확인했다.
세르지 코르순스키 주일본 우크라이나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영상 제작자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실수를 범하게 돼 일본에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며 "일본 국민을 불쾌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영상에서는 이 실수를 수정했다"고 전했다.
다시 올라온 영상은 히로히토 일왕 사진이 없어지고 무솔리니와 히틀러 사진만 나타나도록 편집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일본은 미국 등 서방 동맹과 연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지지해왔다.
일본은 대러 제재에 동참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군사 장비를 지원했고 이례적으로 국경을 열어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백 명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사진=우크라이나 정부 트위터 계정 캡처)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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