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동안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결국 1년 연기로 최종 결론이 났습니다. 관련해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종목들이 상당수 있는 만큼 관심도 많았는데요.
산업부 김민수 기자와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먼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길래 다들 이렇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걸까요?
<기자>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8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연간 거래대수는 약 253만 대입니다. 해마다 1% 이상 성장하고 있구요.
소비자들의 주요 지출 항목 1위가 신차, 2위가 중고차거든요. 올해 시장 규모를 약 30조 원이라고 추정할 때, 국내 가전이나 화장품 시장과 비슷합니다. 거대한 시장입니다.
시장은 이렇게 큰데 그동안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막혀 있어서 산업은 영세한 편입니다. 최근 몇년새 대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세한 다수의 사업자들이 시장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등록된 중고차 매매업체 수는 6,300개인데, 실제로는 1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등록은 하나인데 여러 곳에서 사업을 하는 곳도 많거든요.
늦었지만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이 들어가면서 중고차 시장의 통합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대기업 진출하면 어떤 효과가 예상되고 있나요?
<기자>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 시장(Lemon Market)입니다. 시고 맛없는 레몬만 있는 시장처럼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말하는 거죠.
지난 달 소비자연맹의 조사를 보니까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14.8%, 중고차 매매상에 대한 신뢰도는 11.2%에 불과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하게 느끼실텐데요.
그래서 보통 대기업이 어떤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면 반대 여론도 높은데, 중고차 사업 만큼은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거든요.
일단 대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차량의 이력이나 시세 정보 등 통계 등이 투명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품질에 대한 보증이 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도 높아지겠구요.
하지만 중고차 가격은 다소 높아질 겁니다. 사업에 뛰어드는 곳들이 늘다보니 매입 경쟁도 심해지고,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하다보면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적극적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을 하는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를 봐도,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파는 가격보다 인증 중고차가 더 비싸거든요.
<앵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현대차와 기아 얘기 해보겠습니다. 중기부가 1년 연기를 권고했는데 그대로 수용했다구요?
<기자>
1년 연기지만, 내년 1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아쉽지만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여러모로 불편한 기색은 역력하지만 일단 사업을 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실 현대차나 기아의 규모를 따져볼 때, 중고차 사업이 막대한 이익을 주는 사업은 아닙니다.
하나금융투자가 현대차와 기아가 자체적으로 제한하기로 한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매출과 추정 영업이익을 따져봤는데요.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매출은 상당한 데, 이익은 크지 않습니다.
2024년을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서 2000억 원 정도 추가 이익이 예상됩니다. 이익을 1% 정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데요. 중기부가 권고한 점유율 제한치는 2024년 기준으로 1%포인트 정도 낮으니까, 추정 이익 역시 더 줄어들겠죠.
하지만 이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되고 규모를 늘릴 수 있으면 이익의 폭을 확대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당장의 이익보다는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건데, 어떤 기대효과가 예상되고 있나요?
<기자>
가장 큰 효과는 국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직접 중고차 가격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중고차 가격 방어는 바로 신차 판매로 이어집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 품질을 높인 중고차들이 조금 높은 가격에 나오면서 중고차 가격 자체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차를 되파는 가격이 높아지면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구매가 더 많아질거구요. 중고차 가격이 높으니 그냥 신차를 사는 사람도 생길 겁니다. 중고차를 파는 신차 구매 고객에게는 할인도 해 주죠.
가장 큰 효과가 중고차 가격 방어였다면,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이자 목적은 중고차 사업이 미래 모빌리티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차량 구독 서비스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배터리 렌탈 등 새로운 사업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제는 차량의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서 중고차 품질을 높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생깁니다.
신차에서도 가능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더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진다는 면에서 이 점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당초 중고차 사업으로 인해 현대글로비스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런저런 규제가 생겼군요.
<기자>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사업 계획을 내놓으면서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km 미만의 중고차들만 판매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국내 점유율이 70%를 넘는 현대차와 기아가 전국에서 중고차를 매입하다보면 상태가 안좋거나 노후한 중고차들도 많이 들어올겁니다.
당초 예상은 현대차와 기아가 인증 중고차로 팔지 못하는 차량들은 현대글로비스 경매하거나, 해외에 수출하면서 다양한 기대효과가 예상됐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중고차 경매 시장에서 70%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인데다, 중고차 사업을 해외에서도 하려고 준비 중이거든요.
하지만 중기부가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중고차를 팔려고 할 때만 매입하도록 제한했구요. 적극적으로 시장에서 매입할 수 없도록 한거죠.
거기다가 현대차가 기아가 팔지 않는 중고차는 반드시 경매를 하도록 했습니다. 자동차매매사업조합과 협의해서 경매하라고 했는데 전체 경매 물량의 50%를 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에 다 넘기지 말고, 절반 이상은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에게 넘기라는 거죠. 아무래도 현대글로비스 입장에서는 기대했던 물량보다는 크게 적은 숫자만 받게 되겠죠.
하지만 일단 중고차 사업이 시작이 됐다는 측면, 기대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전국 현대차 기아 지점에서 중고차들이 매입될 수 있다는 점을 호재입니다. 추후 규제가 점차 풀리게 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겁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가치가 더 커지면서,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란 장기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기대가 커서 일까요? 대기업의 진출을 1년 연기했다는 소식에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자>
일단 내년부터 진출을 허용할 것이란 시나리오는 그동안 충분히 예견된 상황은 분명합니다. 현대차나 기아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구요.
그리고 1년 연기라고는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반년 늦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사업 개시 시점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더 주목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에는 중고차 사업 자체가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것인만큼 그런 시각으로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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