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의 한 주차장에서 벌어진 살인 참극은 중국인과 한국인이 소통을 위해 사용한 휴대전화 앱 번역기의 오류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국인 A(35)씨는 2021년 5월 같은 국적의 직장 여성 동료 B씨와 가까워졌다. 친분이 두터워질수록 A씨는 유부녀인 B씨에게 호감을 느꼈다.
B씨의 한국인 남편 C씨는 자연스레 A씨에게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됐다. 이후 B씨가 자신의 남편을 A씨에게 소개하면서 이들은 술자리도 함께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같은 해 9월 6일 오후 10시께 정읍시 한 주점에 모인 이들은 중국인 지인 2명도 불러 함께 어울렸다. 이들은 술잔을 나누며 유일하게 국적이 다른 C씨와 휴대전화 앱 번역기로 대화했다.
그러다 A씨가 앱에 대고 중국어로 "오늘 재미있었으니 다음에도 누나(B씨)랑 같이 놀자"고 했다. 그러나 앱 번역기는 "우리 다음에 아가씨랑 같이 놀자"고 한국어 오역을 했다.
아가씨를 노래방 접대부로 오인한 C씨는 "왜 아가씨를 찾느냐. 나 와이프 있다"며 A씨에게 욕설했다. 격분한 A씨도 욕설로 응수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이 과정에서 C씨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A씨는 평소 호감이 있던 B씨 앞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수치심과 모욕감에 분을 삭이지 못했고,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고 몇 시간 뒤 홀로 귀가하는 C씨를 주차장으로 유인했다. 대면한 상황에서도 C씨가 미안함을 표현하지 않자, A씨는 C씨의 목과 복부 등을 13차례 흉기로 찔렀다. 흉기에 찔리고도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C씨를 따라가 범행을 이어갔다.
결국 C씨는 숨을 거뒀고 A씨는 인근 지구대로 가 자수했다.
살인죄로 기소된 A씨는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로부터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13차례 흉기로 찌르는 등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은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합의를 위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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