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한 병원 병실에서 작은 결혼식이 열렸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꽃장식을 한 신부가 환한 표정에 매달리듯 신랑을 꼭 안고 춤을 추고 있다. 여느 행복한 신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드레스 밑으로 내려가면 신부의 다리가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한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신랑은 한쪽 팔로 신부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팔로는 상체를 받친 채로 춤을 춘다. 하객들의 축하 속에 `웨딩 댄스`를 마친 두 사람은 눈물 맺힌 키스를 나눈다.
간호사와 주변 환자들이 따뜻한 박수로 이들의 감동적인 출발을 축하했다.
4일 로이터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간호사였던 옥사나 발란디나(23)는 3월 27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 리시찬스크시에서 러시아군이 설치한 지뢰를 밟았다.
그는 지금은 남편이 된 빅토르 바실리우와 함께 고향 마을의 익숙한 시골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둘 사이에는 이미 7살 난 아들과 5살 딸이 있었다.
큰 폭발음과 함께 공중에 날아올랐다 쓰러진 옥사나는 기적적으로 목숨은 구했다. 그는 병원을 옮겨 다니며 4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두 다리와 왼손가락 네 개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절망의 나날을 보낸 옥사나는 "더 살고 싶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 가족 누구에게도 짐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많은 이들의 격려 덕분에 받아들이게 됐다"며 "나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내 인생의 끝이 아니다. 신이 나를 살려두셨다면, 그것이 내 운명"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옥사나 뒤를 따라 걷던 빅토르는 불행 중 다행으로 다치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나날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봐 너무 두려웠다"며 "사고 당시 큰 충격을 받았고, 그런 일이 아내에게 일어났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독일에 가서 재활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다.
두 사람의 병실 결혼식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울림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도 `아주 특별한 러브스토리`라고 소개하며 공식 트위터 계정에 결혼식 장면을 올려 이들의 행복을 빌었다.
(사진=우크라이나 의회 트위터 캡처)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