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 A씨가 횡령금을 투자하는 데 도움을 준 인물이 경찰에 체포됐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횡령 혐의로 구속 송치된 A씨의 지인 B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4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A씨가 횡령금 일부를 옵션거래 상품에 투자할 때 차트 매매신호를 알려주는 등 도움을 준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3∼2009년 우리금융그룹 자회사에서 전산업무를 담당하면서 A씨와 알게 됐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본점에 파견 근무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2009년 퇴사 이후에는 주식 관련 전업투자자로 일했고, A씨의 투자금이 횡령한 돈인지 몰랐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B씨의 우리금융 자회사 근무와 본점 파견 기간 등을 확인하고 있다.
B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A씨와 그의 친동생은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업무상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됐다. A씨에게는 공문서위조 및 행사,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우리은행에서 10년 넘게 재직한 A씨는 2012년 10월 12일, 2015년 9월 25일, 2018년 6월 1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614억5천214만6천원(잠정)을 빼돌렸다.
애초 A씨에게는 특경법상 업무상횡령 혐의가 적용됐으나, 조사 과정에서 A씨가 횡령 때마다 은행 내부 문서를 위조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관련 혐의가 추가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3회에 걸쳐 회삿돈을 횡령하여 파생상품 및 동생의 사업에 투자했으나 손실을 봤고, 다른 기관의 문서를 위조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생도 `횡령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형에게 계좌를 제공하고, 횡령금을 사업에 이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빼돌린 횡령금 대부분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달 27일 은행 측이 횡령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고소하자 직접 경찰서에 자수했고 30일 구속됐다. A씨의 동생도 공모 혐의로 이튿날 구속됐다.
경찰은 송치 이후에도 횡령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 피해금 회수에 주력하는 한편, 추가 범행 가담자 여부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