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 최초의 월드스타 강수연이 7일 오후 향년 56세로 별세했다.
강수연은 4살 때 아역배우로 시작해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원조 월드스타`다. 강수연이 생전 출연한 영화는 공식적으로 1975년 `핏줄`부터 최근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인 넷플릭스 영화 `정이`까지 40여 편이다.
대표작인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1987)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임 감독과는 2년 뒤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춰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비구니 역을 맡은 강수연은 영화 속 삭발 장면에서 실제 머리를 깎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강수연은 1980년대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 `감자`(1987)로 고난을 겪는 한국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페미니즘 계열로 분류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에서 여성상의 변화를 표출했다. 또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지독한 사랑`(1996), `깊은 슬픔(1997)` 등을 통해 출연이 곧 흥행으로 이어지는 전성기를 누렸다.
올해 공개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SF 영화 `정이`에 출연하면서 오래 기다려온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었다. 이 작품에서 강수연은 뇌 복제를 책임지는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았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이 영화는 고인의 유작이 됐다.
강수연은 작품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그는 `고래사냥2`(1985)에서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고, 35%대 시청률을 기록한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는 한겨울 촬영 때 얇은 소복만 입은 채 얼음물에 들어가기도 했다.
강수연은 어린 나이에 커리어 정점을 찍은 톱스타였지만 영화계에서는 무명 배우나 스태프 등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맏언니`로 통했다.
영화 `베테랑` 황정민의 명대사인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이라는 뜻으로 쓰인 속어)가 없냐`는 대사는 평소 강수연이 영화인들을 챙기며 하던 말을 류승완 감독이 가져다 쓴 것이라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강수연은 영화계의 대소사에도 앞장서며 영화계가 풍파에 흔들릴 때 중심추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부터 심사위원·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사태로 영화제가 위기에 직면한 이후인 2015∼2017년에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자로서 부족함을 느낀다고 고백하던 강수연은 인터뷰에서 꿈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연기 잘하는 할머니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