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여가부의 지난 기간 부족함이(부족함으로 인해) 부처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새 정부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여가부 폐지는 주요 핵심공약이지만,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우리 사회에 더이상 구조적 차별은 없다` 외에 더 상세한 근거나 추가적 설명은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지난 20년간 유지된 정부 부처 폐지를 주장하려면 그 이유나 문제점, 한계, 대안이라도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7쪽 분량의 이임사에서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여가부의 그간 성과를 나열하기도 했다.
그는 우선 "이번 인수위원회 기간 내내 여가부 업무에 대해 보고를 할 기회는 극도로 제한적이었다"며 "새 정부 국정운영원칙과 110개 국정과제에 따르면 여가부가 단독 주관부처인 과제는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정 장관은 "새 정부 국정원칙 속에도 그간 여가부가 (보호) 대상으로 삼아왔던 국민은 고려되지 못한 것 같다"며 "그간 여가부가 추진해온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나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관련 업무가 타 부처에서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 장관은 일·가족 양립의 어려움, 성별임금격차, 낮은 고위직 여성비율, 세계 최저 출생률 등을 언급하며 "정년 연장이나 외국인 이민정책은 인구문제 해결의 임시방편이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향후 여가부가 그동안 해왔듯이 국민 모두에게 노동과 돌봄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고, 차별금지와 약자에 대한 보호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또 정 장관은 `젠더 갈등`은 원인 진단이 잘못된 이슈일 뿐 아니라 구조적 차이를 무시한 불편한 용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거 및 일자리 문제, 징병제 및 군대 내 처우 관련 문제는 젠더이슈로 수렴될 수도, 해결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대립적이거나 갈등적인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라며 "부분적 차이를 확대해 서로를 혐오하고 갈등을 키우는 일은 청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 여가부 안팎의 지원에 힘입어 성평등 사회,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포용사회, 청소년이 존중받는 사회로 조금씩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구체적으로 아이돌봄사업 및 여성일자리 확대, 경력단절여성법 전면 개정, `온라인 그루밍` 범죄 처벌 근거 마련, 경찰의 위장 수사 특례 신설, 스토킹 처벌법 제정 등을 여가부의 성과로 되짚었다.
가족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재구조화하고 1인가구,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등 여러 가족을 포용하는 정책, `위기청소년 통합지원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가정 밖 청소년 지원 기반을 확충한 정책 등도 소개했다.
다만 정 장관은 보람된 순간 못지않게 미흡한 부분도 많았다며 "여가부 예산 확보로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높이는 일, 타 부처와 지자체의 성주류화 추진을 위한 집행수단을 확고히 하는 일, 겨우 11분 생존해 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소망을 제대로 해결해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성별인식격차 해소와 함께 다양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일도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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