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계열사 통합 쇼핑몰 롯데ON을 출범한 지 만 2년이 지났는데요. 사업부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통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관련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전 기자, 롯데ON의 더딘 성장이 지표로도 나타나죠?
<기자>
e커머스 기업들은 대부분 아직 수익이 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경영성과를 따질때 업계에선 총거래액을 핵심지표로 삼고 있는데요.
이를 좀 보면 지난해 롯데ON의 총 거래액은 3조 3천억원으로, 네이버쇼핑(28조), 쿠팡(21조), SSG닷컴(5.7조)에 크게 못미쳤습니다.
롯데ON이 후발주자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거래액이 작죠. SSG닷컴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하니까요.
규모뿐 아니라 성장속도도 더딥니다.
롯데ON은 지난해 총 거래액 성장률 18.1%를 기록했는데, 쿠팡(72%), 네이버쇼핑(40%), SSG닷컴(22%)과 비교해보면 성장률을 밑돌았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총 거래액 신장률이 15%에 그쳐 경쟁업체 사이에서 성장세가 가장 쳐졌습니다.
롯데ON이 2년전 출범할 당시에 "2023년에 총 거래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는데, 현재 성장 속도라면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업체가 이제 막 20조 넘었고, 이베이 붙여서 그렇게 했는데… 지난해의 7배를 넘게 어떻게 만들어요? 시장이 성장을 그만큼 못하는데…]
<앵커>
오프라인 유통 강자 롯데가 온라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셈인데요,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통합을 외쳤지만 아직 제대로 된 통합이 안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단적인 예로 롯데ON이라는 통합 플랫폼이 출범했는데도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은 별도 온라인 몰을 여전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계열사 입장에서 보면 롯데ON에서 물건을 팔면 수수료를 내야하는데, 자체몰이 잘 운영되는 상황에서 굳이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롯데ON에 들어갈 유인이 없는 셈입니다.
롯데ON도 이런 고민으로 인해 지난해 8월 거버넌스 통합을 진행해 매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지만, 롯데쇼핑 내 백화점, 마트, 롭스에만 해당할 뿐 다른 계열사까지 확대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롯데ON에서 판매하던 내수통관 면세품은 롯데럭스몰을 런칭하며 역으로 떨어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앵커>
통합이 안되는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힘든거 아닌가 이런 의문도 생기는군요.
<기자>
조직 구성에서도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현재 롯데ON은 롯데쇼핑 내 이커머스사업부가 이끌고 있는데요.
롯데쇼핑 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는 어느 정도 협업이 가능할 지 몰라도, 법인이 다른 계열사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수수료 문제도 그렇고요.
여기에 롯데ON은 G마켓글로벌 출신 나영호 대표가 이끌고 있는데, 직급은 부사장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 온라인 부문의 수장은 있어요, 온라인 부문이 별도법인이 아닌 상황에서 7개의 법인을 아우르는 장악력이 있느냐, 그 부분에서는 물음표고…]
오프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각각의 계열사를 이끌고 이커머스화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반면 경쟁사인 SSG닷컴은 별도의 법인으로, 신세계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을 총괄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거나, 통합 온라인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할 때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계열사 간 벽에 막혀있는 형국이다, 이런 얘기로 들리네요?
<기자>
이커머스 업체들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유료 멤버십 정책에서도 통합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쿠팡은 매달 4,900원만 내면 무료배송과 구매금액 일부를 추가 적립해주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SSG닷컴도 유사한 서비스인 스마일클럽(월 3,900원)을 최근 런칭했습니다.
핵심은 적립과 무료배송, 부가서비스 등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롯데의 경우엔 비슷한 서비스를 계열사 간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롯데ON의 롯데오너스(월 2,900원)는 할인과 무료배송 서비스를, 롯데멤버스가 런칭한 L페이 프리미엄(월 3,000원)은 추가 적립 혜택을 제공합니다.
고객으로서는 쿠팡, SSG닷컴과 같은 혜택을 보기 위해선 이중으로 구독 서비스를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는 것이고요.
결국 조직 구조에서 시작된 불완전한 통합이 플랫폼으로서의 롯데ON의 매력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출범 2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많은데, 롯데ON은 향후 사업 계획에 고민도 많겠습니다.
<기자>
롯데ON은 최근 새벽배송을 철수했습니다.
이커머스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증권업계는 이를 통해 월 10억원씩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고요.
롯데는 앞으로 백화점 상품과 신선식품 등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프리미엄 뷰티전문관 온앤더뷰티를 시작으로 패션, 명품, 리빙 등 롯데쇼핑이 강점이 있는 특화 상품 전문관도 강화한다는 구상입니다.
2년여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롯데ON이 이같은 특화 전략으로 새로운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유통산업부 전효성 기자였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