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매립하면 수백년이 가도 썩지 않지만 이를 만 하루가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분해하는 효소가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가 발견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효소는 지금까지 발견된 효소 중 분해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제시돼 주목을 받고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과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분석화학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조넨데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라이프치히 공동묘지의 두엄 더미에서 발견한 폴리에스터 가수분해효소 `PHL7`에 관한 연구 결과를 유럽화학학회가 발행하는 저널 `켐서스켐`(ChemSusChem)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PHL7을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계열 플라스틱 분해에서 최고로 꼽혀온 LCC 효소와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LCC는 지난 2016년 일본의 자원재활용 공장에서 처음 발견된 PET 분해 효소로 플라스틱 분해 효소의 최적 표준이 돼왔으며, 이를 변형해 플라스틱 분해 능력을 강화하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연구팀이 PET를 효소가 들어있는 용액에 담가놓는 결과, PHL7은 16시간만에 90%가량을 분해했지만 LCC는 같은 시간에 45%를 분해하는 데 그쳤다.
조넨데커 박사는 "이 효소는 폴리에스터 가수분해 효소에서 최적 표준이 돼온 것의 두 배에 달하는 분해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효소의 주요 구성 요소 중 단 하나가 분해력에서 이런 차이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다른 분해효소가 아미노산의 일종인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을 가진 자리에 PHL7은 `류신`(leucine)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효소에서 페닐알라닌을 류신으로 바꾸자 분해 속도가 PHL7과 비슷한 수준으로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PHL7은 분해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PET를 잘게 쪼개거나 녹이는 등의 사전조치도 필요하지 않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다만 PHL7도 LCC와 마찬가지로 과일이나 식품 용기 등으로 이용되는 비결정성 PET만 분해하고 플라스틱 물병 등과 같은 고결정 PET에는 작동하지 않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전처리 방안을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팀은 효소가 PET를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로 분해하면 새로운 PET 소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데다 65∼70도의 수용성 환경만 갖추면 돼, 고온의 열을 가해 PET를 녹여 재활용하는 재래식 방법보다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고 재생 플라스틱의 품질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미생물학자 볼프강 짐머만 교수는 "PHL7이 에너지 절약형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을 만드는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에 야기하는 환경적 부담이 엄청난 만큼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에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