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수 개월간 5%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미국까지 빅 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두세 차례 더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도 연말까지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다시 올린 이후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부쩍 늘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6일(현지시간) 한국 경제전략 보고서에서 "한은이 7·8·10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0%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중립 금리에 먼저 도달한 뒤 이후 중립 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전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수준으로 경기에 중립적이라는 의미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도 같은 날 "한은이 물가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립 금리 수준에 수렴하도록 기준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매파적 사전 안내를 했다"는 해석과 함께 `연내 3차례 추가 인상, 연말 2.50%` 전망을 유지했다.
금통위 회의 전 대체로 2.25% 수준이었던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금통위 이후 2.50%로 한 단계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립금리 관련 발언 외에도 이 총재의 "앞으로 몇 달간 통화정책의 중점을 물가에 둘 것", "전망치가 2.25∼2.50%로 오른 것은 시장의 합리적 기대" 등의 언급도 전망 수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망대로 한은이 연말까지 세 차례 0.25%포인트씩 더 올리면 현재 1.75%인 기준금리는 연말 2.50%로 0.75%포인트 높아진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천752조7천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7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마찬가지로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3천739억원(1천752조7천억원×77%×0.25%)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린 뒤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에 이어 연말까지 세 차례 더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작년 8월 이후 1년 5개월간 늘어나는 이자만 26조9천912억원 가량(3조3천739억원×8)으로 추산된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천억원, 6조4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천원에서 각각 305만8천원, 321만9천원으로 16만1천원, 32만2천원 커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1년 5개월 사이 기준금리 2.00%포인트(0.50→2.50%)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8천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현재(1.75%)보다 0.75%포인트 더 올라 올해 말 2.50%에 이르면, 이미 6% 중반에 이른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도 7%대를 훌쩍 넘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커진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27일 기준 연 4.048∼6.390% 수준이다. 작년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약 6개월 사이 상단이 1.412%포인트나 높아졌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838∼5.140%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말(3.500∼4.720%)과 비교해 하단이 0.338%포인트, 상단이 0.420%포인트 높아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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