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물가를 잡겠다며 긴급 민생안정 10대 대책을 내놨죠.
최우선순위에 오른 게 `수입원가 절감`, 즉 돼지고기를 수입 할 때 매기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건데, 유통업계가 가격 인하 시기와 폭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김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형마트 정육코너.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은 600g당 13,080원.
정부가 최대 25%인 수입 돼지고기 관세율을 0%로 낮추기로 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20% 정도 내려갈 거라고 했지만 아직은 그대롭니다.
[강봉수 / 서울 서대문구: 항상 세일하는 것만 사요. 정가를 사면 조금 부담이 돼요. (정부 정책이) 기대돼요. 시민들이 좀 마음놓고 먹을 수 있을 만한 정도의 값이면 좋을 것 같아요.]
가격이 바로 내릴 걸로 기대하는 소비자들과 달리, 대형마트의 셈법은 조금 복잡합니다.
관세인하 적용 시점인 6월에 맞춰 가격 인하 검토에 들어갔지만, 언제 인하할지, 시점부터 고민입니다.
최대 6개월치 재고분을 관세를 물고 들여온 곳도 있고, 새로 수입해 들여오는데도 최소 한달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당장 제품 가격을 인하하면 이익률이 훼손되거나 심할 경우 손해를 보고 팔 수도 있다는 겁니다.
[A씨 / 유통업계 관계자: 지금 들어온 것은 예전에 25% 관세를 주고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원가 자체(인하)에 대한 게 아직 반영이 안되고…]
관세가 인하된다 해도, 돼지고기 가격 인하 여력이 정부가 기대한 만큼 크지 않다는 점도 업계로선 고민되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가 돼지고기를 주로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FTA 체결을 통해 무관세가 적용되는 국가들인데, 이렇게 무관세로 들여오는 비율이 88%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관세를 무는 캐나다산과 멕시코산, 호주산 등은 합쳐도 10% 안팎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이들 국가들과의 거래를 늘려 수입 물량을 확대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인하 효과를 내기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무관세 카드까지 내놓은 마당에 가격인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부담입니다.
[B씨 / 유통업계 관계자: 어느 곳이든지 마트 3사 중에 한 군데라도 가격 내리면 아마 따라 내리기는 할 겁니다.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 안되니까…]
유통업체들은 우선 해마다 6월 초에 열리는 이른바 `육육데이`에 할인 행사를 한 뒤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한다는 계산인데, 그렇다해도 정부가 기대한 인하폭 20%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거라는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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