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로 월가에서는 더 많은 기업들이 실적 경고를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먼저 소비 패턴의 변화라고 하는 점을 살펴보죠. 미국 사람들이 점점 지갑을 닫는 징후가 보인다는 것은 이미 이 자리에서 여러차례 설명드렸으니, 소비 지출의 변화가 어떤 부문에 타격을 먼저 줄 것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가장 단순하게는 필수 소비재보다 임의 소비재라고 하는, 사치품이나 한 번 살 때 좀 큰 돈이 드는 고급 TV, 이런 부문들을 덜 사려는 경향성이 나오겠죠. 코로나 시대에 들어온 지원금 등으로 임의 소비재 소비가 늘었던 지난해와 대비하면 이런 모습은 조금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미국에 진출한 유명 TV 제조업체 임원을 이달 현지에서 만났을 때 다음 분기 북미지역 매출이 1년 전보다 23% 줄어들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듣기도 했었고요.
뉴욕증시에 상장한 임의 소비재 기업들을 묶어 운용하는 ETF가 하나 있습니다. Consumer Discretionary Sector SPDR fund라고 티커종목명이 XLY인데 이 ETF 가격이 연초 대비 27% 넘게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우리 서학개미투자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있는 나스닥(연초대비 -23%)보다도 더 많이 떨어진 겁니다.
최근 이익 전망 하향 조정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타겟의 설명을 살펴봐도 임금과 같은 비용 상승 문제와 상대적으로 사치품에 가까운 상품의 판매가 줄었다는 내용이 있고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서비스 구매는 유지하면서 상품 구매를 줄이는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존 유통업체에게는 좋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적어도 5월부터는 확인되고 있는 건데,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떠받치고 있는 소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일이거든요. 그리고 소비가 계속해서 주춤할지 여부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좌우할 수 있습니다. 증시 뿐 아니라 경제 전체를 봤을 때 이번 달에는 금리 인상폭이 사실상 확정된 FOMC보다 소비자물가지수 CPI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월가에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앵커>
한편으로 미 현지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구인난 등을 고려해 다음 달부터 법정 최저임금을 일제히 인상한다는 소식도 들리던데요?
<기자>
네, 주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오는 7월 1일부터 미국의 최저임금이 또 올라갑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15달러였던 LA는 16.04달러로, 시카고는 근로자 21인 이상 기업의 경우 15.4달러까지 최저시급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시급이 2009년 정한 7.25달러에서 아직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는 끝없이 오르다보니 인플레이션이 심한 주부터 먼저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있는 겁니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최저시급보다도 더 높은 가격에 사람을 쓰겠다, 그러니 제발 면접을 보러 와라, 이런 전략을 쓰고 있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자체적으로 최저시급을 22달러로 올렸고요, 금융업계보다는 상대적으로 저임금 인력을 쓰는 아마존도 4월에 최저시급을 18달러로 높였습니다.
그런데 하나 생각해봐야 할 건 인플레를 견딜 수 없어서 높아진 임금은, 또다시 물가 상승에 기여하는 연결고리가 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입니다. 월드뱅크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2.6%로 약 반 년만에 낮춰잡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기업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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