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992년이죠.
`파발마`란 브랜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택배사업을 시작한 한진택배가 최근 배송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통 공룡인 쿠팡이 택배사에 위탁했던 물량을 회수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건데요.
한진택배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백방으로 물량 수주에 나섰는데, 그렇다 보니 저가수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유통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전 기자, 쿠팡이 한진에 맡긴 물량 중 얼마나 회수해 간 건가요?
<기자>
앞서 쿠팡은 로켓배송 물량의 일부를 한진 등 택배사에 위탁해 배송해왔습니다.
이후 쿠팡은 수년간 물류 인프라를 늘려왔고, 더는 외부에 위탁을 맡기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겁니다.
현재 한진은 월 700만 개의 쿠팡 물량을 배송하고 있는데,
쿠팡이 이 중 절반 이상(월 370만 개)을 자체 배송하겠다며 물량을 회수해가면서 한진의 고심이 커진 거죠.
이번에 쿠팡이 거둬들이기로 한 물량은 한진택배 전체 물량의 7~8% 정도를 차지합니다.
단기간에 이만큼의 물량이 빠진다면 한진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한진택배 소속 배송원의 수입 감소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쿠팡 물량이 빠져나간 평택, 이천 등지는 배송 물량이 반토막 났다는 게 한진택배 노조 측 주장입니다.
때문에 노조 측에서는 빠져나간 쿠팡 물량을 대체할 방안을 찾으라고 한진택배에 요구하는 상황인 것이고요.
<앵커>
그렇다면 빠져나간 쿠팡 물량에 대해 한진 측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대규모 고객사를 유치하는데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한진은 홈쇼핑 업체인 공영홈쇼핑의 배송 주관사로 선정됐고, 멀티숍 ABC마트와 배송 계약을 맺었습니다.
공영홈쇼핑의 연간 물동량은 올해 190만건, 내년부터는 200만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쿠팡 물량이 빠져나간 것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진 측에 따르면 한진은 월 357만 건 정도의 배송 물량을 추가로 유치했는데,
이는 빠져나간 쿠팡 물량 370만 건을 대부분 만회했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진이 저가로 택배 물량을 수주해 생각보다 남는게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내놓습니다.
<앵커>
어떤 부분에서 저가 수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배송 물량 못지 않게 중요한게 택배 단가를 얼마나 받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최근 한진택배가 수주한 공영홈쇼핑 입찰 자료를 보겠습니다.
공영홈쇼핑은 입찰 당시 물류·택배 사업자 예정가격으로 1,111억원을 책정했습니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이 입찰에 참여했는데요.
기존 택배사였던 CJ대한통운은 예정가격의 98%인 1,092억원을 써냈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941억원(84.6%), 한진은 예정가격의 82% 수준인 919억원을 써냈습니다.
결국 가장 적은 금액을 제출한 한진이 최종 택배 주관사로 선정됐는데,
택배 업계를 취재한 결과 이 가격은 적자 수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한진은 지난 2019년 공영홈쇼핑 택배사 선정에도 참여했는데, 이 때는 예정가격에 아주 근접한 수준(99.9%)을 올려 입찰에서 떨어진 바 있습니다.
결국 쿠팡 물량이 빠져나가며 다급해진 한진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수주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택배업계 관계자: 영업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게 적자지, 이게 되냐…` 예정가격 대비 82%에 운영이 되냐, 이거는 적자 감수하고 들어가는 거다…]
<앵커>
단기간에 빠진 물량을 채우기 위해 저가 수주라는 고육책을 쓴 것으로도 볼 수 있겠군요.
만약 적자 수주라면 수주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도 같은데요, 이렇게라도 물량을 따내려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택배사업의 핵심 자원이라 할 수 있는 택배기사를 지켜내기 위한 겁니다.
택배사는 지역별로 대리점을 유치하고, 대리점이 택배기사를 고용해 해당 지역을 커버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지는데요.
만약 배송할 물량이 없어 택배기사 수입이 줄게 되면 일선 택배기사는 한진 대리점과 계약을 끊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택배기사 수가 줄어들면 택배기사 1명이 담당해야 할 범위는 넓어지고, 배송 속도와 배송 서비스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는 장기적으로 택배 고객사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고요.
결국, 택배기사에 안정적인 일감을 대주기 위해서는 물량 확보가 절실한데
쿠팡 물량이 단기간에 빠져나간 상황에서 당장 서비스 품질을 올리긴 어려우니 단가 경쟁에 뛰어든 셈입니다.
[한진택배 A대리점주: 원래 1,970원이 최저 가격이었는데 3만 건 이상 나가는 건 1,900원에 (본사에서) 프로모션을 내 주겠다. 그런 것들을 가져와라, (타 업체에) 뺏기지 마라 이런 식으로 프로모션을 거는 거죠.]
<앵커>
만약 한진이 저가 수주에 나선 거라면 자연스레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 같은데요.
<기자>
한진 측은 `저가수주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물류 시설 효율화와 자동화 등으로 배송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에 낮은 금액에 수주가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함께 한진은 내년 축구장 20개 규모의 `스마트 메가허브 물류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요,
증권업계에서는 이곳이 문을 열면 운영 효율성이 한층 높아져 배송 원가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쿠팡으로 인한 충격이 적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배송 물량만 확보해 놓는다면 향후 사업성 자체는 안정적으로 일궈나갈 수 있을 거란 설명입니다.
지난 1992년이죠.
`파발마`란 브랜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택배사업을 시작한 한진택배가 최근 배송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통 공룡인 쿠팡이 택배사에 위탁했던 물량을 회수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건데요.
한진택배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백방으로 물량 수주에 나섰는데, 그렇다 보니 저가수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유통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전 기자, 쿠팡이 한진에 맡긴 물량 중 얼마나 회수해 간 건가요?
<기자>
앞서 쿠팡은 로켓배송 물량의 일부를 한진 등 택배사에 위탁해 배송해왔습니다.
이후 쿠팡은 수년간 물류 인프라를 늘려왔고, 더는 외부에 위탁을 맡기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겁니다.
현재 한진은 월 700만 개의 쿠팡 물량을 배송하고 있는데,
쿠팡이 이 중 절반 이상(월 370만 개)을 자체 배송하겠다며 물량을 회수해가면서 한진의 고심이 커진 거죠.
이번에 쿠팡이 거둬들이기로 한 물량은 한진택배 전체 물량의 7~8% 정도를 차지합니다.
단기간에 이만큼의 물량이 빠진다면 한진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한진택배 소속 배송원의 수입 감소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쿠팡 물량이 빠져나간 평택, 이천 등지는 배송 물량이 반토막 났다는 게 한진택배 노조 측 주장입니다.
때문에 노조 측에서는 빠져나간 쿠팡 물량을 대체할 방안을 찾으라고 한진택배에 요구하는 상황인 것이고요.
<앵커>
그렇다면 빠져나간 쿠팡 물량에 대해 한진 측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대규모 고객사를 유치하는데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한진은 홈쇼핑 업체인 공영홈쇼핑의 배송 주관사로 선정됐고, 멀티숍 ABC마트와 배송 계약을 맺었습니다.
공영홈쇼핑의 연간 물동량은 올해 190만건, 내년부터는 200만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쿠팡 물량이 빠져나간 것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진 측에 따르면 한진은 월 357만 건 정도의 배송 물량을 추가로 유치했는데,
이는 빠져나간 쿠팡 물량 370만 건을 대부분 만회했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진이 저가로 택배 물량을 수주해 생각보다 남는게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내놓습니다.
<앵커>
어떤 부분에서 저가 수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배송 물량 못지 않게 중요한게 택배 단가를 얼마나 받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최근 한진택배가 수주한 공영홈쇼핑 입찰 자료를 보겠습니다.
공영홈쇼핑은 입찰 당시 물류·택배 사업자 예정가격으로 1,111억원을 책정했습니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이 입찰에 참여했는데요.
기존 택배사였던 CJ대한통운은 예정가격의 98%인 1,092억원을 써냈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941억원(84.6%), 한진은 예정가격의 82% 수준인 919억원을 써냈습니다.
결국 가장 적은 금액을 제출한 한진이 최종 택배 주관사로 선정됐는데,
택배 업계를 취재한 결과 이 가격은 적자 수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한진은 지난 2019년 공영홈쇼핑 택배사 선정에도 참여했는데, 이 때는 예정가격에 아주 근접한 수준(99.9%)을 올려 입찰에서 떨어진 바 있습니다.
결국 쿠팡 물량이 빠져나가며 다급해진 한진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수주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택배업계 관계자: 영업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게 적자지, 이게 되냐…` 예정가격 대비 82%에 운영이 되냐, 이거는 적자 감수하고 들어가는 거다…]
<앵커>
단기간에 빠진 물량을 채우기 위해 저가 수주라는 고육책을 쓴 것으로도 볼 수 있겠군요.
만약 적자 수주라면 수주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도 같은데요, 이렇게라도 물량을 따내려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택배사업의 핵심 자원이라 할 수 있는 택배기사를 지켜내기 위한 겁니다.
택배사는 지역별로 대리점을 유치하고, 대리점이 택배기사를 고용해 해당 지역을 커버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지는데요.
만약 배송할 물량이 없어 택배기사 수입이 줄게 되면 일선 택배기사는 한진 대리점과 계약을 끊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택배기사 수가 줄어들면 택배기사 1명이 담당해야 할 범위는 넓어지고, 배송 속도와 배송 서비스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는 장기적으로 택배 고객사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고요.
결국, 택배기사에 안정적인 일감을 대주기 위해서는 물량 확보가 절실한데
쿠팡 물량이 단기간에 빠져나간 상황에서 당장 서비스 품질을 올리긴 어려우니 단가 경쟁에 뛰어든 셈입니다.
[한진택배 A대리점주: 원래 1,970원이 최저 가격이었는데 3만 건 이상 나가는 건 1,900원에 (본사에서) 프로모션을 내 주겠다. 그런 것들을 가져와라, (타 업체에) 뺏기지 마라 이런 식으로 프로모션을 거는 거죠.]
<앵커>
만약 한진이 저가 수주에 나선 거라면 자연스레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 같은데요.
<기자>
한진 측은 `저가수주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물류 시설 효율화와 자동화 등으로 배송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에 낮은 금액에 수주가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함께 한진은 내년 축구장 20개 규모의 `스마트 메가허브 물류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요,
증권업계에서는 이곳이 문을 열면 운영 효율성이 한층 높아져 배송 원가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쿠팡으로 인한 충격이 적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배송 물량만 확보해 놓는다면 향후 사업성 자체는 안정적으로 일궈나갈 수 있을 거란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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