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고액 수술비, 보험금 받기 어려워질수도

입력 2022-06-19 08:17  


백내장 수술을 받을 경우 건강보험 비급여 수술비용의 상당액을 실손의료보험금으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치료라고 여길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다.

19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A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B씨는 2019년 8월 9일 서울의 한 안과 의원에서 노년성 백내장 진단을 받고, 같은 달 16일에는 왼쪽 눈, 17일에는 오른쪽 눈에 대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그는 A보험사에서 질병통원실손의료비(외래), 질병통원실손의료비(처방조제), 상해질병입원실손의료비 등을 담보하는 내용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B씨는 자신이 받은 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A보험사 측은 통원치료에 해당한다고 보고 B씨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보험은 입원치료에 해당할 경우 입원 의료비 지급 대상으로서 가입금액 5천만원 한도가 적용되지만, 통원치료에 해당하는 경우 통원의료비(외래) 지급 대상으로서 가입금액 25만원 한도만이 적용됐다.

1심은 "입원치료가 인정된다"며 B씨 측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이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보험사 측 손을 들어준 데 이어 대법원이 이런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보험 약관상 정의 규정과 대법원 판례의 법리, 보건복지부 고시 내용 등을 고려했을 때 B씨가 받은 백내장 수술이 입원 치료에 해당하기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통원치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입원치료에 해당하려면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무르거나 처치·수술 등을 받고, 연속해서 6시간 관찰을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었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B씨가 백내장 수술을 받을 당시 수술 준비부터 종료까지 약 2시간가량이 소요됐기에 입원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B씨에게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 특별한 문제가 있지도 않았던 데다, 의료진이 B씨에게 수술 후 처치나 관리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B씨의 입·퇴원 시간이 불명확한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단순히 입·퇴원 확인서가 발급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입원치료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봤다. B씨가 수술받은 안과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상으로도 입원실이나 병상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내장은 도수치료와 함께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꼽힐 정도로 허위·과다 청구 사례가 많아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번 확정판결 영향으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백내장 진단을 명확히 받고 수술을 하더라도 통원치료 보장한도를 넘어선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험사가 입원치료의 적정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통원치료 보장한도를 벗어나는 백내장 수술 비용 대부분을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입원치료에 해당할 경우 실손보험 보장한도는 최대 5천만원이지만, 통원치료의 경우 보장한도가 20만∼3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받더라도 실손보험에서 수술비 전액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꼭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백내장 환자도 있는데 이번 판결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입원 치료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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