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미국의 정책금리(기준금리)가 약 2년 반 만에 우리나라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이상) 등으로 이르면 다음 달 현실화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0.25%포인트 인상해도, 미국이 빅 스텝을 밟으면 0.00∼0.25%포인트의 역전을 피할 수 없다.
다음 달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굳이 돈을 굴릴 이점이 줄어든다는 뜻으로, 한미 금리 역전과 함께 외국인 자금이 한국의 주식·채권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유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는 금리 역전 시기에도 외국인 자금은 오히려 채권을 중심으로 유입됐다.
한국은행은 조만간 다시 금리가 뒤집혀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리 역전에 대응한 우리나라의 빅 스텝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통위 회의(통화정책결정회의 7월 14일)까지 3∼4주 남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4%로 예상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최근 주식·채권 시장 상황만 보자면, 앞서 3월 16일(현지시간) 미국이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에 나선 이후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가고 채권 투자도 줄이는 추세다.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3월과 4월 각 33억9천만달러, 37억8천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뒤 5월 들어 3개월 만에 7억7천만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특히 증권 가운데 주식 투자 자금은 2월(-18억6천만달러), 3월(-39억3천만달러), 4월(-42억6천만달러), 5월(-12억9천만달러) 4개월 연속 빠져나갔다.
채권 투자 자금 유입 규모도 1월(31억6천만달러), 2월(34억9천만달러)과 비교해 3월(5억4천만달러), 4월(4억7천만달러), 5월(20억6천만달러)에는 축소됐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져 한두 달 사이 한미 금리가 뒤집혀도, 기계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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