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대비 공급부족으로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 중이지만, 중국 정유공장의 약 3분의 1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20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부터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 정제제품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치솟고 있는데, 중국은 있는 정유 시설조차 가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유 제품 생산을 위해 모든 정유공장을 거의 최대 용량으로 가동하는 미국과 대조된다.
중국이 자국 내 정유시설을 최대한 가동해 정유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출한다면 세계적인 수급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의 수석 석유 분석가인 제인 셰는 "석유 제품 수출 시장에서 중국의 부재가 강하게 느껴진다"며 지난 3∼5년 동안 중국의 정유 능력이 크게 확대됐지만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정유공장들이 문을 닫는 추세였던 반면 중국 등 아시아와 중동에선 새 정유공장이 활발히 건설됐다.
특히 중국 내 신축 정유공장 대부분은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연료와 석유화학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유연성을 갖춰 중국이 세계 최대 정유 제품 생산국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실제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경제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 정제능력은 2020년 말 하루 1천750만 배럴에서 2025년 하루 2천만 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2020년 석유 정제 능력은 하루 1천814만 배럴이었다.
그렇지만 중국은 정유시설을 완전 가동하지 않고 있다.
중신동방금융투자(CITIC 퓨처스)는 정유시장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거대 국영기업들의 지난 10일 기준 정유공장 가동률은 71%였고,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민간 정유기업들의 가동률은 64%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정유산업에 대해 내수용 석유 제품 생산에 주력하도록 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수출은 쿼터제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특히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 감축 목표를 세운 이후에 석유 정제제품 수출을 더 줄였다.
실제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 자료를 보면 2021년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의 하루 수출량은 121만 배럴로 2020년 말 중국의 석유 정제 능력의 7%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중국의 석유 정제제품 수출 할당량은 1천750만t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2천950만t과 비교하면 크게 적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이런 태도가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운전자에게 고통을 주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연료 부족으로 고통받는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등 중국 이웃 국가들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