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컬리, 야놀자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아직 상장되지 않았지만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매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이런 유니콘 기업들의 주식을 사고파는게 어려워집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증권부 문형민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기자, 개인간 거래할 수 있는 비상장주식 종목 수가 크게 줄어든다고요?
<기자>
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개인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는 비상장주식 종목이 대폭 줄어들 예정입니다.
비상장주식은 금융투자협회의 ‘K-OTC’와 두나무의 ‘증권플러스 비상장’, 피에스엑스의 ‘서울거래비상장’ 등에서 거래되고 있는데요.
K-OTC를 제외하고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비상장에서 거래 가능한 종목 수가 크게는 현재 수준의 5%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이 두 곳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700여개의 종목이 매매되고 있는데, 이제 30여개 정도만 거래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거래 가능한 종목이 이렇게 급격하게 줄어드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금융위원회가 비상장주식 거래를 위해서 기업들이 지켜야할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비상장주식 유통을 원하는 기업은 공시책임자 1명을 필수로 지정해야 하고요.
또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등을 플랫폼을 통해 꾸준히 공시해야 합니다.
발행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비상장주식 플랫폼에서 주식을 유통해야 할 이점이 없어진 겁니다.
정부 기준에 맞게 제도 정비 및 공시서류 등을 제출하고, 또 해당 플랫폼에 매매를 등록한 기업은 30곳 안팎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30여곳만 매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건데, 그렇다면 나머지 기업들을 이미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이미 사놨다면 7월이 돼도 매도는 가능합니다. 단, 전문투자자에게만 팔 수 있고요.
전문투자자의 경우 지금처럼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매출 공시를 하지 않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매매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는 전문투자자가 일반투자자와 비교해 높은 투자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이 있고,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간주한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다시 돌아와서 금융위원회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이 궁금한데요?
<기자>
금융위가 비상장주식 일반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비상장은 지난 2020년 4월 1일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았는데요.
금융위는 올해 3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을 2년 더 연장하면서, 이번 달 말까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또 강화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의 K-OTC는 제도권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어 투자자 보호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증권플러스 비상장이나 서울거래비상장은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고 바라본 겁니다.
이에 따라 해당 플랫폼 사업자들은 정기 공시서류 미제출, 수시공시 불이행 기업 등에 대해 공표해야 하고요.
또 매매거래정지·등록해제 등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기준도 마련해야만 합니다.
<앵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금융위의 취지는 알겠습니다만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지금도 비상장주식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는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비상장 장외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6억원이었는데요.
올해 들어 이달까지 6개월여간 39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시가총액의 경우 올해 초와 비교해 30% 이상 급감했습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비상장에는 현대오일뱅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두나무, 야놀자 등과 같은 기업들이 거래되고 있는데요.
시가총액을 보면 현대오일뱅크는 15조원, 비바리퍼블리카 11조 5천억원, 두나무 9조 4천억원 가량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주식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더 이상 매매되지 않는다면 해당 시장의 위축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또 다른 우려 사항은 없습니까?
<기자>
금융위의 인허가를 받아 비교적 안전한 거래가 이뤄지는 플랫폼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거래가 될 경우 투자자 피해가 오히려 급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이나 서울거래비상장과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까지 비상장주식 거래는 주로 커뮤니티, 브로커 등을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비상장주식의 시중가격을 속여 사고파는 사건, 매수자에게서 돈을 받고 매도자에게 전달하지 않는 사건 등이 발생했었는데요.
과거와 같이 정보의 비대칭성과 거래의 불안전성, 또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세운 장벽이 아이러니하게 새로운 투자자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앞으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려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들이 증시 자체를 기피하려는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 보다는 수요 기업의 현실적인 요구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문형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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