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진영 동맹인 러시아와 이란이 중국 원유 시장에서 `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의 제재로 원유 수출길이 좁아진 러시아가 `헐값 공세`를 벌이는데다 이란 역시 미국의 제재로 원유 수출로가 막힌 탓에 공급가를 내리다 보니 중국이 최대 수요국이 됐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다. 5월 842만t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는데, 이는 작년 동월 대비 55% 증가했다. 이를 부피로 환산하면 하루 198만 배럴씩 수입한 것으로, 4월(하루 159만 배럴)과 비교해도 25%가량 증가했다.
러시아는 판로가 좁아진 원유를 저가로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되다 보니 이란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이란산 원유는 8월 중국에 도착할 예정인 러시아 우랄산 원유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달러 낮다. 전쟁 전 브렌트유와 가격차이가 4∼5달러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 격차가 배 이상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4.81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5∼6월 하루 70만 배럴 정도로 이란산 원유 수입 물량을 유지하긴 했지만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중국 시장에서 이란산 원유를 일부 대체하고 있다고 국제 에너지 컨설팅 업체 팩트글로벌에너지(FGE)는 설명했다.
싱가포르 에너지 정보업체 반다인사이트 창립자 반다나 하리는 "이란과 러시아의 경쟁은 전적으로 중국에 유리하다"며 "대폭 싸진 원유에 시장이 점유당하는 것을 봐야 하는 걸프 산유국도 불안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걸프 산유국 역시 중국이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다.
`티팟`(차 주전자)으로 불리는 중국의 민간 소형 정유사들은 국영 정유사와 달리 해외 시장 수출이 막혀 국내 시장에만 연료를 공급한다.
이들 업체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 등으로 국내 수요가 줄어들어 손해를 보는 바람에 저렴한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에 더욱 의지하게 됐다.
원산지를 고려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의 원유를 사들이는 중국에서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원유가 가격 경쟁률을 잃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앙골라·가봉·콩고민주공화국 등 서아프리카 산유국은 중국과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운송비용이 높다.
에너지 정보제공업체 케이플러는 이들 산유국이 러시아와 이란의 `헐값 경쟁`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OIES)의 중국 에너지 담당 미할 메이단은 "원유 가격은 특히 티팟의 중요한 고려 대상"이라며 "경제가 회복되고 활동이 재개돼 원유 수요가 늘어날 때까지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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