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해외수주 숨고르기…내년은 기대 [기업&이슈]

방서후 기자

입력 2022-07-12 19:04   수정 2022-07-13 17:45

    <앵커>
    `화공 플랜트 명가`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수주 곳간을 채울 것으로 예상되던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 연이어 위기를 맞고 있는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기자>
    한 마디로 조단위 사업 기회를 연달아 잃게 생겼습니다.

    먼저 멕시코 살리나크루즈 지역에 들어설 정유공장입니다.

    사업비 규모만 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통상 플랜트 사업의 경우 초기 설계와 견적을 내는 기본설계(FEED) 이후 상세설계와 구매, 시공(EPC)에 해당하는 상업입찰이 진행되는데요.

    플랜트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본설계를 수주하는 업체가 전체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에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했던 4조원 규모의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공장이 바로 그렇게 기본설계만 입찰에 참여한 뒤 나머지 전부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사업입니다.

    따라서 이 살리나 정유공장 역시 발주처가 같고 사업 방식도 유사한 만큼 삼성엔지니어링이 기본설계 수주를 추진 중이었는데,

    중요 프로젝트를 자국업체에 맡기라는 멕시코 정부 기조에 따라 현지업체에 기회가 돌아간 겁니다.

    기본설계부터 참여하지 못했으니 결국 전체 사업은 물 건너간 셈입니다.

    <앵커>
    하나는 사업 참여가 좌절됐고, 또 하나는요?

    <기자>
    또 하나는 알제리 하시 메사우드에 짓는 정유공장입니다.

    역시 4조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고요. 심지어 이것은 이미 수주를 따낸 건입니다. 스페인 기업과 공동으로 수주했고,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2조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서사하라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 중이던 알제리와 모로코 사이에서 스페인이 최근 모로코 편을 들면서 알제리와 스페인의 우호 관계가 20년 만에 깨진 겁니다.

    문제는 이 하시 메사우드 정유공장 건이 수주는 했지만 공사 범위와 금액을 두고 재협상 중이던 상황이었습니다.

    하필 이럴 때 악재가 터졌고, 이에 따라 계약 자체도 재검토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리하면 4조원은 이미 물 건너 갔고, 남은 2조원짜리 계약까지 깨진다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총 6조원을 놓치는 셈입니다.

    <앵커>
    삼성엔지니어링 실적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가요?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이 좀 특이한 건설사입니다.

    주택이나 토목, 플랜트 등을 모두 다루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로지 플랜트만 짓습니다.

    사업 영역은 주로 해외 수주를 통해 정유·석유화학·가스 분야를 담당하는 화공 플랜트와 삼성그룹 계열사 물량을 수주하는 비화공 플랜트로 나뉘는데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연간 매출 기준 화공 52%, 비화공 48%로 화공이 더 높고요.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전망입니다.

    결국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은 화공, 바꿔 말해 해외 수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앵커>
    요즘처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선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업을 따내기 힘들어지겠어요?

    <기자>
    일단 해외 사업 자체가 국내 사업 대비 공사 기간도 길고 국제 정세라는 변수도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은 편이긴 합니다.

    여기에 최근엔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암초까지 만났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발주처와의 협상이 자꾸 지연되고, 자연히 그런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 거죠.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연간 수주 목표 달성률은 1분기 기준 3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하반기는 좀 나은가요?

    <기자>
    회사가 밝힌 수주 파이프라인에 따르면 상반기 밀린 건까지 포함해서 하반기에는 8건, 금액으로는 8조5천억원에 달하는 수주 대기 물량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플랜트 사업에 대해 기본설계를 잡는 업체가 전체 사업을 잡는다고 설명 드렸잖아요?

    하반기에 수주를 점치는 물량 모두 삼성엔지니어링이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프로젝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부 상업입찰 단계에서 가격만 써 낸 상황이고, 따라서 발주처의 결정이 남아 있는 거죠.

    한 마디로 수주를 할 지 안 할 지도 모르는데다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주처가 제때 결정을 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앵커>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 낭보를 울리기 위한 업황 회복 시점은 도대체 언제입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지속되며 중동 국가들의 발주가 본격화될 내년을 그 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중동 국가들의 재정 여건이 개선되면서 공사 발주도 늘어나는데, 그 물량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물량만 많다면 멕시코나 알제리처럼 우려스러운 사태가 발생해도 만회할 기회가 생긴다는 거죠.

    살제로 GCC 상위 3개국(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의 발주 대기 프로젝트 규모만 525조원에 달하는데요.

    연초에는 나오지 않았던 입찰 안내서도 발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설계를 마치고 상업입찰이 진행되기까지 최소 1년은 걸리니까 올해 중동에서 기본설계를 수행한다면 내년에는 시공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고요.

    다수의 건설사가 설계·조달·시공 수주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은 기본설계부터 참여해 설계·조달·시공까지 따내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본설계 없이도 중동에서 일감을 확보할 기회가 생겼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 회사와 설립한 합작법인을 통해 아람코가 발주하는 사업에 수의계약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위를 얻은 겁니다.

    아직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할 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금액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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