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이 강타한 미국에서 발전 수요 증가로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급등하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달에만 48% 치솟아 지난 20일 기준 100만BTU(열량단위)당 8.007달러까지 올랐다.
이 가격은 지난 6월 초 텍사스 프리포트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화재 직전 기록했던 14년 만의 최고가에 1달러 정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발전소와 각종 제조업체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가격도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오른 상태다.
올해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 등 해외 수요와 국내 발전업계·제조업계 수요의 증가가 생산량 증가를 앞서면서 급등했다. 여기에 가스 생산업체들이 증산보다는 배당금 확대에 나서면서 생산량이 기대만큼 늘지 않은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프리포트 LNG 수출 터미널을 마비시킨 화재로 인해 LNG 수출이 줄고 국내 재고가 늘 것이란 관측에 한때 하락세를 보였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내리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 전국적인 폭염이 찾아오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EBW 애널리틱스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엘리 루빈은 폭염으로 인한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 증가가 동절기용 재고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천연가스 재고는 최근 5년 평균치보다 12% 적었다. 대체 발전시설인 석탄발전소도 2010년 이후 총 발전용량의 약 3분의 1이 사라졌으며, 석탄 가격도 1년 전보다 약 세 배나 올라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를 낮추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서부의 가뭄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올여름 수력 발전량도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WSJ은 이런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다른 주요 원자재 가격까지 다시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여름철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일본 전력업체들이 정전 사태를 피하고자 전기사용을 줄이는 고객에게 경품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전기료 인상만으로는 수요를 억제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절전 보상 프로그램을 잇달아 도입해 절전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력업체들과 제휴해 캘리포니아·텍사스·뉴욕주에서 실시간 전력 사용량 측정기를 보급하고 있는 미국 스타트업 옴커넥트는 3천500달러(약 460만원)짜리 코스트코 상품권, 메이저리그 경기 초대권 등을 내걸고 절전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 도쿄가스와 규슈전력도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 전력 사용량을 줄인 고객에 상품권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