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에 이어 6%대를 이어가면서 외환위기 이후 24년여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에 기름값 오름세는 진정됐지만, 외식비, 농·축·수산물, 공공요금은 더 올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올랐다.
이는 환율 급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6.0%로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 더 상승폭을 키웠다.
두 달 연속 6%대 이상을 기록한 건 1998년 10월(7.2%),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이다.
7월 물가는 공업제품, 농수축산물, 개인 서비스, 전기·수도·가스 등 대부분 품목이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채소 등 농·축·수산물과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오름세가 확대됐다"며 "다만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 상승세는 조금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공업제품은 가공식품이 8.2%, 석유류가 35.1% 각각 오르면서 1년 전보다 8.9% 올랐다.
석유류 중에는 경유(47.0%), 휘발유(25.5%), 등유(80.0%), 자동차용LPG(21.4%)가 모두 올랐고 가공식품 중에는 빵(12.6%)의 상승 폭이 컸다.
다만 석유류는 올해 들어 처음 전달(39.6%)보다 상승 폭이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이 확대되며 원유 수요 감소에 따른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인서비스는 6.0%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선회(10.7%), 치킨(11.4%) 등 외식이 8.4% 올랐고 외식 외 개인서비스도 수요 회복 영향 등으로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4.3%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폭염과 장마 영향으로 지난해 12월(7.8%) 이후 최고치인 7.1%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배추(72.7%), 오이(73.0%), 상추(63.1%), 파(48.5%) 등이 급등하며 채소류가 25.9%나 올랐다.
돼지고기(9.9%), 수입 쇠고기(24.7%) 등이 크게 올라 축산물도 6.5%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도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에 15.7% 상승하며 전월(9.6%)보다 오름세가 확대됐다. 상승률은 조사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7.9% 올라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상승에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4월(14.1%) 이후 가장 높은 13.0% 상승률을 기록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7.9% 오르면서 1998년 11월(10.4%)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5%로 2009년 3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변동을 배제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9% 올랐다. 2009년 2월(4.0%)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어 심의관은 "최근 들어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조금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8, 9월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데 따른 역기저효과도 작용할 것으로 보여 8월에는 물가 오름세가 그렇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다만 추석을 앞두고 여건에 따라 농축수산물 가격이 불안을 보일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오름세가 크게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 심의관은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5% 넘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도 7월 소비자물가와 관련해 "올해 들어 어려운 물가여건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긍정적 신호들도 일부 관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물가상승을 주도해온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했고, 유류세 인하 등이 더해지면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지난달 31일 1,800원대 진입하는 등 석유류 물가상승압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국제 원자재와 곡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그동안 총 8차례에 걸쳐 발표한 민생·물가안정대책의 차질없는 시행과 점검·보완을 통해 효과가 신속히 체감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농축수산물 등 생활물가 안정화와 민생여건 개선을 위해 8월 추석 민생안정대책 등 추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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