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를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국내 기업들에도 수혜가 예상된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0표, 반대 207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천750억달러(약 489조원)를 투자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는 재생에너지 설비 및 기술 투자비에 대해 일정 비율을 세액 공제해주는 투자세액공제(ITC) 혜택 기간을 10년 연장하고, 적용 세율을 30%로 상향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미국 내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가속화를 위해 제품 생산세액공제(AMPC)를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태양광 업체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는 다소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제외되고, 미국 내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수혜를 보게 될 국내 기업으로 태양광 업체인 한화솔루션이 꼽힌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1.7GW(기가와트) 규모의 모듈 공장을 운영 중이다. 또 약 2천억원을 들여 미국에 1.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3.1GW 기준 AMPC 세제 혜택 규모는 2천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산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와 화석연료 급등 등의 영향으로 태양광 시장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솔루션 역시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 부문이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며 2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또한 이 법안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자에게는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되는데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을 비롯한 중국산 배터리 장착 차량은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 내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보조금 지급 효과로 현지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에 더해 중국 경쟁사들의 세액공제 대상 제외에 따른 반사 이익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법안이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핵심광물 사용에 대해서까지도 전기차 세액공제의 예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원소재 공급망 다변화 등 대응이 필요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다소 난감한 표정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자동차업체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른 전기차인 코나EV, GV60, 니로EV 등도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이에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지난 10일 미 하원에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관련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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