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자 등 부실우려차주 금리감면 등 가능
연체 3개월 이상은 원금 최대 80%까지 감면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잠재부실 확대를 막고, 부실이 발생한 차주에게는 재기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정부가 80조 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책 최종안을 드디어 공개했습니다. 빚을 갚기 어려운 이들의 이자 또는 채무원금을 탕감해주는 게 골자인데, 시행 전부터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었죠. 당초 2주 전에 발표 예정이었던 사안인데 이 같은 논란으로 발표가 미뤄졌다가, 금융위원회가 금융사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추가 논의를 거쳐 드디어 최종안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내용들이 담겼는 지, 정부의 `새출발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 지 살펴보겠습니다.
◆ 빚 갚기 힘들다면 10월부터 채무조정 신청
정부의 이번 지원책 대상은 크게 3그룹으로 나뉩니다. ▲정상차주 ▲일시적 위기 차주 ▲구조적 위기 차주입니다. 정상차주는 기존 빚을 갚는데 어려움이 없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의미합니다. 이들에겐 신규자금을 낮은금리로 조달할 수 있도록 41조 규모의 맞춤형 특례자금 지원이 이뤄집니다.
일시적 위기차주에 대한 지원안은 지난 11일 발표됐습니다. 상환불능이나 연체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이뤄진 금리안상에 따라 고금리로 상환부담이 높은 차주를 위한 지원책입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 연 7%를 넘는 대출금리를 고금리로 보고 금리를 깎아주거나 대환해주는 지원책이 제공되고 있죠.
마지막 구조적 위기 차주에 대한 지원이 이번에 발표된 새출발기금입니다. 상환불능 또는 연체가 이미 발생했거나, 단기간 내에 연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높은 차주가 대상입니다. 이들에 대해선 부실화를 방지하고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채무조정`이 이뤄집니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대상은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으로 대출상환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워진 차주입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산하의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권을 매입하거나 금융사의 중개형태로 채무조정을 하는 방식입니다.
지원내용은 1~3년의 거치기간 부여, 10~20년의 장기 분할상환 전환, 금리 감면, 최대 80%까지 부실신용채무 원금감면안이 포함됐습니다. 지원은 오는 10월부터 가능하며 1년씩 최대 3년간 채무조정 신청이 가능합니다.
◆ 코로나 피해 증명하면 가계대출도 대상…주택·전세대출은 제외
가장 먼저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코로나 피해사실이 인정돼야 합니다. 기존 손실보전금 등 재난지원금을 받았던 사람, 전 금융권의 만기연장·상환유예조치를 받았던 사람, 이외에 프리랜서라도 코로나 피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으면 지원 가능합니다. 다만 해당 조건에 해당되더라도 부동산 임대업이나 사행성 오락기구 제조업, 법무·회계·세무 등 전문직종, 금융업 등 중기부 손실보전금 지원대상이 아니면 지원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렇다면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는 부실에 대한 기준은? 우선 부실차주와 부실우려차주로 그 대상이 나뉩니다. 부실차주는 1개 이상의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장기연체가 발생한 차주로 규정됐고, 부실우려차주는 폐업자나 6개월 이상 휴업자로 만기연장·상환유예조치를 받고 있지만 추가 만기연장이 어려운 경우 해당됩니다. 또한 신용평점이 낮고 고의성 없이 상당기간 연체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채무조정 대상이 되는 대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원칙적으로 모든 대출이 포함됩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사업체와 개인을 분리하기 어려운 특성상 사업자대출뿐만 아니라 가계대출까지도 이번 지원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다만 코로나 피해와 무관한 대출, 예를 들어 주택구입이나 전세보증대출, 부동산 임대와 매매업 관련 대출은 제외됐습니다. 부동산 담보로 받은 사업용 자금이나 화물차, 중장비 등 상용차 대출은 사업영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지원 대상입니다.
개인간 사적채무나 국세, 지방세 등 세금체납액, 할인어음이나 예금담보대출, 법원 회상절차 진행 중인 대출도 매입요건에 맞지 않아 이번 지원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또한 금융당국은 도덕적 해이 발생가능성을 막기 위해 대출받은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대출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 부실차주 최대 80% 빚 감면…재산보다 부채 더 많아야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이죠. 이자뿐만 아니라 빚 원금도 깎아주느냐? 90일 이상 연체가 된 사람은 `부실차주`로 규정하고 최대 80%의 원금을 깎아주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다만 엄격한 심사가 전제됩니다.
먼저 기본 재산가액을 파악합니다. 부채에서 재산가액을 뺀 `순부채`에 대해 감면율 60~80%까지 차등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감면율은 소득대비 순부채 비중, 경제활동 가능시간, 상환기간 등에 따라 개인별로 달라집니다. 기초수급자나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상환능력이 거의 없는 취약계층은 최대 90%까지 빚을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만일 보유한 재산이 채무액보다 많은 경우, 감면을 받을 수 없습니다. 채무조정 이후에도 정기적 재산 조사 등을 통해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즉시 채무조정은 무효처리됩니다. 정부의 빚 감면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란 우려에 이 같은 조건을 달아둔 겁니다.
부실차주보다 한 단계 안정적인 부실우려차주로 선정되는 경우 원금조정은 받을 수 없지만 금리감면이 이뤄집니다. 연체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면, 기존 약정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되 9% 초과분에 대해서만 9%로 조정됩니다. 만약 연체가 한 달이 넘었다면 신용등급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차주인 만큼 상환기간 내에서 단일금리로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 금리 수준은 은행권의 대출금리와 새출발기금 조달금리 등이 반영돼 결정될 예정입니다.
★ 슬기로운 TIP
정리하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크게 감소한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이 대상이며, 현재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의 연체가 1개월에서 3개월 가량 이뤄졌다면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자만 깎아주느냐, 원금까지 깎아주느냐 기준은 연체기간과 보유한 재산이 됩니다.
보다 정확한 상담을 위해 금융당국은 온라인 플랫폼과 유선 콜센터, 오프라인 현장창구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 오픈되는 유선 콜센터나 오프라인 현장 창구를 통해 새출발기금 이용에 대한 안내를 받고, 10월 중에 오픈되는 `새출발기금 온라인 플랫폼`에서 지원자격여부와 채무조정 대상 채무를 확인 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해당 플랫폼을 국세청과 행안부, 중기부 등 관계부처, 신용정보집중기관 등과 전산시스템을 연결해 사업자등록번호 등 차주정보 입력만으로 지원대상 해당여부를 쉽게 확인 가능하도록 운영할 방침입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지원책이 나올 때마다 항상 기승을 부리는 것이 있죠. 바로 스미싱과 보이스피싱입니다. 새출발기금을 빙자한 각종 악성앱을 담은 문자메시지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절대 문자메시지 링크를 누르지 말고, 직접 현장 창구나 콜센터 등을 통해 안내를 받은 뒤에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안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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