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드롬 제조기’ 박은빈 “지금도 도전의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실패는 시행착오이자 기회”

입력 2022-08-29 08:00  




“인생 캐릭터라고 얘기해주셔서 감사해요. 작품 측면에서 심혈을 기울인 것은 맞지만, 대중성은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리고 기대하지 않았어요. 방영 직후에는 생각 이상의 폭발적 반응에 살짝 무섭기도 했어요. 배우 박은빈이 아닌 인간 박은빈은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지금도 도전의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실패는 시행착오이자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지금처럼 우영우로 사랑 받는 시기가 왔죠.”

배우 박은빈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했다.

지난 18일 인기리에 종영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대형 로펌 한바다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대본을 보고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는 별개의 문제였어요.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우영우를 제가 하고 싶었어요. 감독님, 작가님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박은빈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출연은 모험이었다. 극중 박은빈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신입 변호사 우영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쉽지 않은 설정의 캐릭터를 만나 연기 경력 27년차의 내공을 제대로 보여줬다.

“비난과 비판의 일선에 서는 것이 배우라지만, 대본을 봤을 때 너무 어렵게 느껴졌어요. 특히나 편견과 선입견 없이 접근해야 하는 캐릭터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죠. 그런데 그 신중을 기하는 모습에 감독님과 작가님이 필요한 부분이라 말씀해주셨고, 그만큼의 신뢰에 부응하고자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중간에 부담감이 있었지만 7개월간의 부침을 딛고 완성한 제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박은빈은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무엇보다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목소리 톤부터 손짓, 걸음걸이, 눈빛 등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해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우영우 세계관 안에서만큼은 캐릭터가 마음껏 표현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접근을 하려고 했어요. 표현의 정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도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초반에는 우영우에 대해 이상하다는 인상을 보이면서도 이상하지 않게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나중에는 더 이상 이상하게 보지 않는 시선들을 어떻게 조율할까가 굉장히 어려운 과제였어요. 이상하면서도 이상하지 않은 부분들을 어느 정도로 표현할 것인가 심사숙고 했어요. 우영우를 연기하기보다 우영우의 진심을 파악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는 우영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고, 우영우의 아픔과 기쁨을 내밀하게 표현해냈다. 엄청난 대사량을 흔들림 없이 소화해내며 매회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자폐스펙트럼 장애 캐릭터를 대하는 박은빈의 진중한 태도도 호평을 받았다.

“대사를 못 외우는 편은 아닌데 매일 대사가 많았어요. 외워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속사포로 내뱉는 경우가 많았고, 발음이 어눌하면 전달이 안 되니까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해드려야 했죠. 우영우는 대사량에 익숙해지는 게 첫 번째 숙제였어요. 7개월간은 매일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법조문 내용들은 어렵고 한 번에 이해가 어려운 끊어 읽기들이 많아서 나중에는 고시 공부 한다고 생각하고 긴 A4용지에 구절대로 써가며 통으로 외웠어요. 매일 대사가 많으니 미리 외울 수 없는 점이 항상 힘에 부쳤어요. 더 신경 쓰이는 대사라고 해서 일주일 전에 미리 외울 수가 없고, 그때그때 많은 양을 외워야하는 게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그의 뜨거운 진심에 보답하듯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ENA라는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채널에 편성됨에 따라 큰 흥행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출발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회 0% 시청률로 출발했으나 3회 4%를 돌파해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드라마를 제치고 수목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미(美)친 상승세 속에 15% 시청률까지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며 다양한 유행어를 낳고 변방의 채널이었던 ENA를 대중에 단번에 각인시켰다.

“신생 채널이라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2회 시청률부터 저희의 예측을 두 배씩 뛰어 넘어서 놀랐어요. 재미나 웃음은 문화적 코드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드라마에는 그것을 뛰어 넘는 감수성이 있었어요. 처음 매체에서 신드롬급 인기라고 이름 붙여주실 때만 해도 얼떨떨한 심정이었어요. 오히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 들뜨지도 않고 신나지도 않았죠. 관찰자적 입장으로 관망하게 되더라고요.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시청률에 대한 기대보다는 한 가지 목표가 있었어요. 촬영할 때 웃으면서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는 목표였는데 그건 촬영을 하면서 이뤄졌다는 생각에 만족해요. 게다가 시청률까지 기대이상으로 나와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착한 드라마로 불렸다. 자극적인 요소를 빼고 휴머니즘을 담아 따뜻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전했다. 쏟아지는 장르물 속 현재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지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끝까지 잃지 않았다.

“긍정평가와 비판이 다양하게 있었던 것으로 알아요. 배우로서는 자폐스펙트럼의 우영우가 어떻게 세상을 마주하고 나아가는지 목격하며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뭉쳐진 게 아닐까 해요. 또한 남녀노소 가족시청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면, ‘자극적인 게 적었던 드라마였던 것 같다’고 생각해요.”

우영우의 성장은 본인뿐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뿌듯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 환하게 웃으며 뿌듯함이란 감정을 표현할 때 이 인물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엿보게 했다.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이었다.

“우영우가 자기소개를 하는 것은 본인만의 루틴이에요. 제가 전체적으로 느꼈던 것은 1, 2, 3부는 굉장히 긴장감으로 시작을 했다면, 회를 거듭할수록 변호사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신나 하는 영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마지막 정규직 변호사가 되고 나서 뿌듯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시즌2는 아직 구체적으로 전달 받은 것이 없어요. 차기작에 있어서는 우선 휴식을 취한 이후겠지만 고민과 결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우영우를 애정하며 최대한 포장해온 지금까지 모습에서, 또 다른 선물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는 이번 작품을 택했을 때 만큼이거나 그 이상으로 고민해야할 것 같아요.”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그동안 아역부터 활동해 온 연기 내공을 보여주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그의 앞으로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못 만나 본 배우들이 많아요. 이번 드라마에도 특별출연을 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새로운 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많은 분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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