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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국제투자 분쟁을 심리한 중재판정부가 유죄 판결을 받은 론스타 사건에 대해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법무부가 공개한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 판정 요지서에 따르면 중재판정부 다수의견(2명)은 "금융당국은 매각가격 인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하는 `Wait and See`(관망) 정책을 취했고, 이런 행위는 정당한 정책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인수 승인 심사에서 은행업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고려할 수 있고, 법령상 심사 기간을 넘길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 `관망` 정책이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근거로 한국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금융위원장에게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가격 인하 후에는 이를 축하한 점, 하나금융 관계자가 `가격을 인하하면 금융위의 정치적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론스타 측에 언급한 점 등을 들었다.
다수 의견은 그러면서 "사인 간 계약 조건에 관여하는 건 금융당국의 권한 내 행위가 아닌데도, 금융당국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를 위해 노력했다"며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 권한을 자의적이고 악의로 행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수의견(1명)은 "(한국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 행위를 금융당국에 귀속시킬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없고, 전문과 추측만으로는 국가책임 귀속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은 론스타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로 제출한 기사의 경우 그 증명력에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위 증인 및 내부 문건에서 금융위가 가격 인하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고, 금융위가 일관되게 `매각 가격은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소수의견은 설령 가격 인하 압력이 있었고, 그 책임을 금융당국에 묻는다고 하더라도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도 냈다.
이처럼 중재판정부 다수의견은 한국 정부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론스타에도 50%의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 양측이 손해를 동등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최종 결론내렸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형사 유죄판결 확정을 받았던 점에 비춰 보면 소위 `먹튀`(Eat and Run) 비유를 더 발전시켜 론스타가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1년 10월 6일 선고된 주가조작 사건의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유죄판결에 따른 금융위의 외환은행 주식매각 명령으로 론스타 측은 2012년 5월 18일 이후에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지분을 더는 보유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 인하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에 인하된 매각 가격(4억3천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1천650만 달러(약 2천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론스타에 배상하라고 지난달 31일 판정했다. 소수 의견은 주가조작을 한 론스타 측이 100%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판정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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