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속 '경제안전판' 마련…추경 땐 '종이호랑이'

전민정 기자

입력 2022-09-13 19:18   수정 2022-09-13 19:18

    나라빚 폭증, 법으로 막는다
    나라 살림 건전화…"방만 재정운용 차단"
    강력한 재정준칙 도입…'연내 법제화 하겠다"
    [ 추경호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재정건전성은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판입니다. 재정상황의 심각성과 준칙의 필요성 등에 대한 공감대 부족 등으로 지연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하루빨리 재정준칙을 법제화하여 건전재정의 기틀을 확고히 해야 할 때입니다. ]

    <앵커>

    정부가 갈수록 늘어나는 나라 빚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강력한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가능한 빨리 법으로 만들어 이르면 내년부터 바로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자세한 내용 이민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에서 눈에 띄는 숫자는 3%, 2%, 60%입니다.

    먼저 3%는 나라 살림을 파악하는 기준 중 하나인 관리 재정수지 적자에 대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인데, 1차 한도입니다.

    이를 -3% 내에서 유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는 2차 한도입니다.

    재정 건전화 노력에도 국가 채무 즉, GDP 대비 나라 빚 비율이 60%를 넘을 경우 2차 한도 기준으로 내려 잡아 더욱 강력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가능한 2차 한도까지는 가지 않도록 채무 비율을 50% 중반 대로 유지하는데 집중할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국가채무 비율 증가 폭을 5% 내외로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문재인 정부, 이명박 정부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이런 재정준칙이 필요한 이유로 정부는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급격하게 늘어난 나라 빚입니다.

    지난 5년 간 매년 100조 원씩 늘어 올해 1천조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39개 OECD 국가 중, 튀르키예와 한국 만이 제정준칙 도입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정부에서 법안이 발의됐지만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 등으로 흐지부지 됐습니다.

    정부는 이번에는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해 실효성을 높이고 법이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안을 다듬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강력한 재정준칙에서 중요한 사안은 3%, 2%, 60%등 재정 관리 기준을 단순화한다는 점과 이를 명료하게 시행하기 위한 법제화입니다.

    <앵커>

    윤석열 정부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출범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적극 재정` 정책 기조 뒤집기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나라 살림 적자를 일정 비율 안에서 관리할 책임을 법에 명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일텐데요.

    전 기자, 이전 정부에서도 건전재정 원칙은 세웠지만, 이번에 더 엄격하고 깐깐하게 나라살림을 관리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우선 이번에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재정준칙`의 개념부터 살펴보면요.

    재정준칙이란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을 말하는데,

    이 기준을 넘으면 정부는 재정건전화 대책을 마련해 지표를 원래 수준으로 돌려놔야 합니다.

    앞서 보셨다시피 국가채무는 올해 `1천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내년에는 1,100조원 돌파가 예상되는데요.

    지난 몇 년간 나라빚이 폭증했는데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빚이 늘어나지 않도록 법으로라도 못을 박아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도 쌓이는 나라살림 적자에 대해 재정준칙 도입을 강조하며 이러한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예정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207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2%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고요.

    지금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더해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 우려까지 나오는 복합적인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데요.

    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클 수록 재정 건전성을 지켜 우리 경제의 안전판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겁니다.

    <앵커>
    지난 2020년에도 재정준칙을 도입한 바 있지 않습니까.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가요?

    <기자>
    이번 재정준칙은 한 해에 발생하는 정부 재정적자를 우리나라 경제규모, 즉,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요.

    이때 기준이 되는 GDP 대비 재정적자의 기준을 2년 전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지금은 관리재정수지를 쓰기로 한 게 다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당장 쓸 수 없는 국민연금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 흑자분을 뺀 수치인데요. 때문에 관리수지는 더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존 정부안은 통합재정수지를 쓰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실제 규모보다 작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납니다.

    통합재정수지를 활용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계산해 보니 2020년 -3.7%, 2021년 -1.5%, 올해 2차 추경 기준으로 -3.3%였는데요. 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하면 2020년 -5.8%, 2021년 -4.4%, 2022년 -5.1%로 더 높아집니다.

    이 관리재정수지로 본 나라살림 가계부는 최악의 적자입니다. 관리재정수지는 2008년 11조 7천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역대 정부별로 살펴보면요, 이명박 정부에는 약 99조원, 박근혜 정부 땐 111조원으로 확대되더니 지난 문재인 정부에는 적자 규모가 약 340조원으로 확대됐습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나라빚이 폭증했다는 점을 배경으로, `건전재정`으로 경제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선 더 적나라하게 나라살림의 속살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앵커>
    이러한 재정준칙도 예외 사유가 있다는데요, 추경 편성 요건과 같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에는 대규모 재해나 코로나 등 불가피한 경기 침체 상황 때에는 적용을 보류하는 예외조항 있습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재정을 충분히 활용해 경기 대응에 나서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 예외조항이 추경 요건과 같습니다. 다시 말해 국회서 추경을 결정한다면 재정준칙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추경을 10번이나 한 전례가 있는 만큼 재정준칙도 예외를 자주 둬 결국 법으로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본래 취지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오는 거죠.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재정준칙 방안보다 예외를 더욱 엄격하게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예외 사유가 소멸한 후 편성하는 본예산안부터는 재정준칙을 즉시 적용하도록 해 최대한 준칙을 지키겠다고 했고요. 재정 운용을 다시 엄격하게 하기 위한 재정건전화대책도 세우기로 했습니다.

    <앵커>
    이번에 재정준칙 도입과 함께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안도 발표됐는데요. 예타 제도를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한 건데, 예타가 필요한 사업들은 또 지역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들이 관심 있는 사안 아닙니까. 아무래도 예산을 줄이는 것은 국회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정부는 재정준칙의 강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에 담아 연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한다는 계획인데요.

    재정준칙이 법제화가 되기 위해서는 야당의 동의가 전제돼야 합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시절에도 재정 준칙 마련에 당내에서 반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내놨던 재정준칙안은 구속력이 낮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는데도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반대해 입법이 무산됐었죠.

    재정준칙으로 복지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또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예산을 늘리는 데 족쇄로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특히 이번에 정부는 예타와 관련해 대규모 복지 사업의 경우, 일단 재정이 투입되면 사업을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시범 사업을 진행해 예타 착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는데요.

    이 사안과 맞물려 더더욱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경기가 안좋지 않습니까. 지난번 예산안을 내놓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전반적인 재정 건전성 강화 기조에 대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냐는 논란도 있을 듯 싶은데요.

    <기자>
    당장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시점에 정부 재정의 역할이 더 필요한데 정부 재정사업에 경제성만 강조하면 경기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고령화로 연금이나 지방교부세 같은 의무지출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데, 재정준칙 법제화가 감세와 함께 진행되면 전체 지출에서 의무지출을 빼고 재량껏 쓸 수 있는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복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근거가 있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의무지출에 대한 성역 없는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준칙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응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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