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러시아의 비밀 정치자금이 유입된 국가 중 하나로 밝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15일(현지시간) 권위 있는 소식통을 통해 확인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조기 총선을 불과 열흘 앞둔 이탈리아는 이틀 전, 러시아의 해외 비밀 정치자금 후원과 관련한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발표 이후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가 2014년부터 전 세계 20여 개국 정당, 관료, 정치인에게 적어도 3억 달러(약 4천172억원)의 정치자금을 은밀히 후원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 효과를 떨어뜨리고,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에 우호적인 정당, 정치인에게 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장관 명의로 내부 문서를 작성해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국가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로 꼽히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겐 직격탄이 됐다.
극우 정당 동맹(Lega)을 이끄는 살비니 상원의원은 최근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러시아보다는 유럽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제재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어 이번 사태로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에 몰렸다.
살비니 상원의원은 곧바로 "러시아에서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며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다.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살비니 상원의원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우파 연합을 구성하는 세 기둥 가운데 두 축이라서 이탈리아 정치권은 러시아의 비밀자금 의혹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 레푸블리카`의 보도는 파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매체는 미국 국무부 고위급과 이 문제를 논의했을 정도로 정통한 관계자에게서 이탈리아가 러시아의 전 세계 정치자금 후원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다만 이 소식통이 이탈리아의 어떤 정당과 정치인이 러시아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에선 이번 사태의 파문이 확대돼 유권자들이 우파 연합에 등을 돌릴 경우 총선에서 깜짝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설사 선거 결과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집권 세력에겐 분명한 경고 메시지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미국 국무부가 이탈리아에 투하한 이 `폭탄`은 누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든 미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할지 잘 판단하라는 일종의 경고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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