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에 머리카락 넣다가 '딱 걸렸다'…악성고객에 '골머리'

입력 2022-09-26 15:02  


거짓말로 음식값을 돌려받는 등 비양심적 행동을 하는 악성 고객들이 고물가·고금리에 힘겨워하는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1일 손님의 거짓말에 속아 음식값을 전액 환불해주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가게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60∼70대로 추정되는 여성 손님 2명이 쫄면과 우동을 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자리에서는 중년 남성이 식사 중이었다.
여성 손님 중 1명은 주문한 음식을 먹다가 다른 일행의 머리카락을 두 차례 뽑아 음식 그릇에 집어넣은 뒤 주방으로 가져가 항의했다.
당황한 기색의 주방 직원은 음식값 1만2천원을 이들에게 돌려줬다. 이 직원은 당시 위생모와 마스크를 모두 착용한 상태였다.
A씨는 상황을 전해 듣고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CCTV 영상을 돌려보다가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온 것이 손님들의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손님이 작정하고 머리카락을 뽑아 음식에 넣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며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이런 일을 겪어 착잡한 기분"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다른 자영업자분들은 이런 피해를 겪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씨의 경우처럼 손님이 악의적으로 음식값 환불을 요구하더라도 업주 입장에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특히 매장 식사는 CCTV라도 볼 수 있지만, 배달 음식의 경우 시비를 가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천에서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 쓰고 밀봉 포장을 해도 컴플레인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며 "아무래도 가게 관련 리뷰나 평점에 민감하다 보니 정확한 상황을 따지기보단 일단 사과하고 환불해드린다"고 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100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머리카락 환불 요청 대처법을 묻는 게시글마다 "즉시 환불해주고 잊는 게 속 편하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많다.
한 점주는 "배달한 다음 날 `음식에서 속눈썹이 나왔다`며 환불을 요청한 사례도 있다"며 "감정싸움을 하고 나면 리뷰 테러만 돌아오니 의심스러워도 환불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상적인 음식에 고의로 이물질을 넣어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기망 행위에 해당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또 이로 인한 부당한 요구가 이어진다면 강요·공갈죄와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 권리 보호도 중요하지만, 악의적이거나 위법한 소비자일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악성 손님들로부터 자영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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