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약세장이 이어지고, IPO(기업공개) 시장의 `대어`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하반기 기대를 모았던 컬리와 케이뱅크 등도 내년으로 상장 시기를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컬리, 케이뱅크 등이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컬리는 지난 8월, 케이뱅크는 9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각각 6개월 이내인 내년 2월, 3월까지 공모 일정을 마쳐야 한다.
이 회사들은 "시장 상황을 보며 최적의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하락장이 이어지는 데다 최근 신규 상장한 기업, 동종업계 비교 기업의 주가 약세가 겹치며 상장 타이밍을 잡는 것이 곤란한 상황이다.
지난 8월 상장한 쏘카는 시가총액 1조원을 노리며 입성했으나 기관 수요예측·청약 부진에 공모가를 낮췄고,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7일 기준 시가총액은 5천700억원이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로 지난달 30일 상장한 더블유씨피(WCP) 역시 이달 7일 주가가 4만4천200원으로, 공모가(6만원)보다 26%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 초 5만9천100원에서 7일 1만8천350원으로 추락했다.
거시경제 불안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도 문제다.
적자를 이어가는 컬리는 회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가파른 매출 성장이 필수적이지만,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돼 배달 수요가 줄고, 물가 인상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점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계약하며 대규모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수수료를 벌어들였는데 가상화폐 열풍이 수그러들며 관련 기대감이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컬리, 케이뱅크 모두 실적의 성장 기울기가 앞으로는 좀 더 완만해질 것"이라면서 "회사가 생각하는 기업가치와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가치 사이의 괴리가 내년 초까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 역시 "대부분의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12월 초 결산을 끝내고 IPO 딜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며 "11월이 아니면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인데, 주식시장이 계속 이렇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당장 다음 달에 상장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