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달러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종료한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물가 상승률이) 8%, 10%라고 하는 인플레이션 하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소비와 설비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해 가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 일본 경제의 회복 속도는 늦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신선 식품을 제외하면 2.8% 수준으로 내년에도 2%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 목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을 위해 금융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은 9월 기업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지만, 구로다 총재는 여전히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다는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일본의 초저금리 고수 등에 따라 엔·달러 환율은 12일 146엔을 돌파한 데 이어 1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32년 만에 최고치인 147엔대로 치솟았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14일 오전 10시 현재 달러당 147.30엔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전날 종가보다 약 0.5엔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엔·달러 환율이 장중 145.90엔까지 오르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을 단행한 일본 당국은 최근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는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구로다 총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도 "외환시장 변동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변동에는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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