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가격 '꿈틀'…멀어지는 조선3사 흑자

방서후 기자

입력 2022-10-18 18:58   수정 2022-10-18 18:58

    <앵커>
    전 세계 선박 수주를 휩쓸며 실적 반전을 예고했던 국내 조선3사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습니다.

    철강 수급난이 현실화되며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비 부담이 높아진 건데요.

    취재기자와 조선업계 전망, 그리고 최근 성사된 대형 M&A에 미칠 영향까지 자세히 짚어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먼저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부터 들려주시죠.

    <기자>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으로 대표되는 국내 조선3사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약 7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126억원에서 올해는 435억원 손실로 전망됩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적자가 지속되고 그나마 흑자가 예상되는 한국조선해양도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영업이익과 손실의 경우 3개월 전에서 1개월 전, 그리고 현재, 시간이 지날수록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후판 가격 인상과 그에 따른 마진 훼손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선박용 철강재를 말하는데요. 선박 제조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인입니다.

    조선사들이 상반기 수조원 대의 매출을 올리고도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유가 바로 이 후판 가격 때문이기도 한데요.

    하향안정화될 줄 알았던 후판 가격이 다시 인상될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에도 조선사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후판에 들어가는 철광석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어째서 후판 가격이 다시 오른다는 거죠?

    <기자>

    침수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생산 차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마저 파업에 돌입하면서 국내 철강 수급난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조선3사가 보유한 후판 재고는 약 두 달치. 빠르면 다음 달 말부터 재고가 동날 수도 있단 소립니다.

    상황이 이렇자 하반기 철강사들과의 후판 가격 협상도 불리해졌습니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후판 가격은 톤당 120만원까지 올랐는데 올해 3월 이후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자 톤당 90만원으로 낮아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이 3분기부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바로 그 시점에, 포항제철소가 침수 피해를 입고 현대제철 노조 파업까지 겹친 겁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후판 가격이 톤당 12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후판 가격이 5만원 오르면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은 연간 3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그래도 우리 조선사들이 사실상 전 세계 배를 다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일감이 많으면 그런 원가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후판 가격이 오르면 해당 분기를 비롯한 향후 건조 물량 전체에 대한 예정 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조선사들은 이런 달라진 금액을 충당금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후판 가격과 협상 분위기를 감안한 예상 충당금을 선반영하기 때문에 후판 가격이 인상될 조짐만 보여도 조선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커지는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 조선사들의 수주가 급증한 시기가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인데요.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1년6개월에서 3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는 2년 전 들렸던 수주 소식들이 이제야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게다가 그 당시 선가는 지금보다 30% 이상 낮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앵커>
    결국 좋아질 줄 알았던 조선업계의 분위기가 다시 어두워진 거 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유력 인수자로 떠올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재무가 취약한 대우조선해양에 실적 악화 우려까지 더해졌는데, 한화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을까요?

    <기자>

    사실 한화는 지난 2008년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인수 대금이 6조3천억원인 걸 감안하면 현재 가격인 2조원은 숫자로만 보면 바겐 세일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오로지 한화 뿐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대우조선의 현재 시가총액과 부실 규모를 감안하면 한화가 결코 싸게 매입한 게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2조원의 자금이 흘러들어가도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295%로 여전히 높고 갚아야 할 차입금과 사채도 조단위에 달하는 만큼 한화의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인수 대금 가운데 절반을 부담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대우조선 실적이 연결로 반영되면서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자회사 한화시스템을 통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저궤도 위성, 인공위성 안테나 등 신사업에 투자하며 끌어올린 밸류에이션을 전통적인 저밸류 업종인 조선업, 그것도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우조선 지분 투자로 깎아먹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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