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스프레드 금융위기 후 최고...기업 자금조달 '비상'

전민정 기자

입력 2022-10-20 18:56   수정 2022-10-20 18:56

    <앵커>

    가파른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조짐에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를 뜻하는 `신용스프레드`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시장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단 얘기인데,

    한국은행은 최근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만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까지 겹쳐 가뜩이나 위축된 신용채권 시장 여건은 당분간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어제(19일) 기준 AA― 등급의 회사채 금리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뺀 값인 신용스프레드 수치는 1.202%포인트까지 치솟았습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9월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로, 코로나19 위기 당시 고점(78bp)도 훌쩍 뛰어넘은 수준입니다.

    신용스프레드가 높아졌다는 건, 시장이 회사채에 대해 예전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는 뜻으로 그만큼 회사채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일반기업이나 금융 기관의 자금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더 나빠졌단 겁니다.

    한국은행은 오늘 보고서를 통해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조짐에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신용도와 환급성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가 외면받고 있다는 점을 최근 신용스프레드 급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또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로 운영자금 조달을 회사채에 크게 의지하게 되면서 AAA급 한전채 발행을 대폭 늘린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이면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A급 이하 회사채보다 안정성이 높은 초우량 한전채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주요국의 통화긴축 강화로 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기간 내에 신용채권시장의 위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당장 지난달 말 발생한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는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을 더 부추길 것이란 우려입니다.

    실제 지난달 4%대였던 PF ABCP 금리가 레고랜드 사태 이후 8~10%대로 뛰면서 최근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한달 전에 비해 0.78%포인트나 급등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 : 여전채·은행채 대규모 만기도래, 안심전환대출 MBS(주택저당증권)와 한전채 대규모 발행이 이어지는 등 수급 부담도 상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9월말 이후의 PF-ABCP 시장 불안 등으로 현재 신용경계감이 시장에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채 금리 급등 여파로 회사채 발행액까지 연초에 비해 4분의 1토막이 난 상황.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수급 부담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시장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 회사채 시장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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