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환율 상승 압박에 한국은행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로 기업들의 돈줄이 마르면서 한은은 금리는 올리면서 직접적으로 유동성도 공급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다음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한은의 통화정책 셈법은 복잡해진 모습입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정부가) 발표한 시장안정화 방안은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것에 대한 미시조치이기 때문에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 조건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기업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자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한국은행.
그러면서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 없이 `핀셋` 지원이 가능한 시장안정 조치는 하되, 기준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는 원칙은 바꾸지 않겠다는 겁니다.
업계의 강한 요청에도 한은이 신규 유동성 공급조치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 SPV 대출과 금융안정특별대출 재개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 역시 통화정책 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어서입니다.
[공동락 / 대신증권 연구원 : 지금까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축소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줬습니다.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 하는 방안은 신용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들을 보완해주는 형태이지만, SPV 재가동은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느낌이므로 (한은으로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하지만 문제는 현재 자금시장 경색이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인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즉,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인 유동화 위기 상황이었던 지난 2020년 채권시장 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얘기.
지금은 금리인상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쳐 기업들의 자금난이 쉽게 진정되기 어려운 만큼, 시장에선 SPV 재가동과 같은 추가 조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기명 /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 국채시장은 안정을 찾았지만 크레딧 시장 상황은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의 추가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고요. 금리인상 사이클이다 보니 시장 회복이 더딜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지원 조치는 전폭적으로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다음달에도 추가금리 인상을 예고한 한은.
정부의 50조원 긴급 처방에도 자금 경색이 더 심각해질 경우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으로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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