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수출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에 올해 2, 3분기 무역적자 폭이 20억달러 줄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이 나왔다.
KDI는 단기적으로 강달러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이 달러 기준 수출입 금액을 모두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수출액이 늘어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하는 만큼 외환 수급 여건에 따라 환율이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26일 `환율 변동이 수출입과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의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무역수지 적자폭을 완화하며 불균형 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환율이 상품 수출입과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원·달러 환율의 변동과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통화의 환율 변동으로 나눠서 살폈다.
2000년∼2021년을 분석한 결과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단기간(1년 뒤) 수출금액은 0.51%, 수입금액은 0.74% 감소해 수입액 감소 폭이 더 컸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품의 가격 하락은 조정을 거치는 동안,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수입 물량은 줄어든 결과다.
중기적으로는(2년 뒤) 수출금액이 0.52% 증가하고 수입금액은 0.26% 감소했다. 수출 물량이 늘어 달러 기준 수출금액이 점진적으로 늘어났으며, 수입금액의 감소세는 둔화한 것이다.
즉, 길게 보면 수출금액이 늘면서 원화가치 하락이 무역수지 흑자폭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추정 결과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와 3분기의 글로벌 달러화 강세는 전반적인 교역을 위축시킨 가운데, 이 기간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60억달러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 상승은 무역수지 적자폭을 20억달러 완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원자재가격 상승, 수출여건 악화에도 원화가치가 하락하지 않았을 경우 현 수준보다 더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이 없었다면 무역수지 적자가 20억 더 늘어나 총 80억달러 확대됐을 것이란 의미다.
다만 중기적으로 봤을 때 이 기간 환율의 변동은 지난 2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2년간 무역흑자를 68억달러 늘릴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에서는 환율 변동이 무역수지 불균형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상기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한 환율이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어느 정도는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의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과 함께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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