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증권가에선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이란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부동산 PF나 브로커리지 수입 등 너나할 것 없이 돈이 되고 쉬운 사업에만 뛰어들며 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단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대외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해린 기자입니다.
<기자>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7% 급감한 NH투자증권.
증시 거래대금이 줄면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등이 감소한 탓입니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도 ECM(주식발행시장)과 DCM(채권발행시장), 부동산 금융 관련 수익이 전반적으로 줄었습니다.
KB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각각 52%, 57%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대부분 증권사들의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요새 증권사들 어려워요. 얘네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나 똑같잖아요. 옆집이기 때문에 이제 저희 입장이기도 하거든요.]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에 기대 쉽고 돈이 되는 사업에만 집중한 탓에 일제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입니다.
오늘 SK증권은 NH투자증권에 대해 "내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투자의견을 '중립', 목표주가를 30%가량 하향 조정했습니다.
내년 하루 평균 거래대금 가정치도 23% 낮추며 업종 전반적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위기감을 드러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리스크가 커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경우 신규 PF 중단에 이어 CP금리 급등과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차환 발행 둔화로 내년에도 IB 수수료 수익 감소는 물론 유동성 경색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는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부동산PF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업계에선 내년에도 증권사의 각종 경영지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 여러 가지 비즈니스 섹터 별로 좋아 보이는 데가 없기 때문에 리스크 노출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장기 자금 조달 수단을 최대한 확보해서 내년에는 특별한 유동성 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올 3분기 증권사 중 이례적으로 실적 성장세를 보인 메리츠증권은 IB부문에서 이전보다 철저히 보수적으로 접근해 독보적 실적을 달성했단 평가를 받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전세계적 금리 인상에 내년에도 증시 침체와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증권사의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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