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가 부동산 PF와 같은 고위험 투자로 손실을 입더라도, 회복할 여력있는지 파악하는 건전성 지표가 `NCR` 영업용 순자본비율입니다.
정부가 투자은행을 키우겠다면서 2016년 이후 이 기준을 크게 완화해줬는데, 증권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PF 투자를 많이 늘려 건전성 지표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말까지 부동산 PF로 막힌 유동성이 풀리지 않으면, 일부 중소형사는 정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김종학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인해 `영업용 순자본비율(NCR)`이 하락한 국내 증권사는 26곳 가운데 19곳, 전체 73%에 달합니다.
지난해 9월말부터 올해 6월말까지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불리는 대형사의 NCR 비율은 20% 이상 하락했습니다.
중소형사 가운데 다올투자증권의 NCR 비율은 해당 기간 29%, 구조조정을 시작한 케이프투자증권은 21% 감소했고, 유안타증권과 현대차증권, SK증권의 건전성 지표도 하락했습니다.
NCR은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과 유사한 개념으로 위험자산이 늘면 자기자본을 높이거나 자산을 줄여서 비율을 맞춰야 하는 건전성 지표를 말합니다.
증권사가 자기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유지한 PF ABCP가운데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만 20조원 규모에 이르는데, 이를 제때 연장하지 못하면 일부 중소형 증권사 NCR비율은 규제 기준인 150%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AA급 3년물 금리가 7%에 육박하는 등 자금 조달 상황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가 떠안은 ABCP를 전부 손실로 반영하는 현행 건전성 지표 산정 방식을 한시적으로 완화달라고 당국에 건의한 상태입니다.
다만 보험사와 달리 지급의무가 없는 증권사의 건전성 규제를 일괄 완화할 경우 도덕적 해이 우려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효섭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건전성 규제의 역할이 NCR이 가지는 본연의 목적인데, 특정 사업에 대해서 지금 당장 문제가 생기니까 그거를 완화해 달라고 하면 위험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건전성 규제의 기본적인 그런 패러다임 자체를 훼손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NCR 산정 기준을 완화할 당시 정부가 의도한 기업금융 활성화가 아니라 고수익 사업인 부동산 익스포져만 무리하게 늘린 증권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증권사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만으로 산정한 신용평가사 건전성지표로보면 국내 증권사 평균 181%로 이미 한계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투자은행(IB)으로 업무를 확장하겠다며 찾아낸 부동산 PF라는 `노다지`가 폭탄으로 돌변하면서 완화되었던 건전성 규제는 이젠 일부 증권사의 생존을 결정하는 부메랑이 되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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