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2년 유예를 두고 정치권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안대로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되 이 기간 `대주주` 기준을 100억원 아래로 조정하는 절충안이 여당을 중심으로 거론되지만, 정부와 야당은 여전히 각자 원안 유지를 고수하는 상황이다.
4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에서는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대신, 이 기간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정부안보다 엄격하게 조정하는 방안이 여야 타협을 위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핵심 관계자는 "대주주 기준 (정부안) 100억원과 (야당안) 10억원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절충 가능한 금액 구간은 넓지만, 과거 대주주 기준이었던 50억원을 우선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내부적으로 대주주 기준 50억원을 포함한 다양한 금액 구간에 대해 과세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주주 기준은 2000년 도입 당시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으로 하향됐고,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을 거쳐 10억원까지 내려갔다. 이에 따라 현재는 상장 주식을 종목당 10억원(또는 지분율 1∼4%·기타 주주 지분 포함)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주식 양도세를 내고 있다.
이후 내년부터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상장 주식 기준 5천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누구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금투세가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이를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 대주주 기준은 종목당 10억원에서 종목당 100억원으로 상향하고, 주식 지분율 기준과 기타 주주 합산 규정도 폐지하기로 했다.
금투세 시행 유예 기간에는 혼자서 상장 주식을 100억원어치 이상 보유한 고액 주주에게만 세금을 매기겠다는 취지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금투세 시행 유예에 맞춰 당초 예정했던 0.15%가 아닌 0.20%까지만 내리기로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부자 감세`라고 규정하며 정부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금투세 유예를 위해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내리고, 유예 기간 대주주 기준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 가운데 대주주 기준이 절충 지점으로 떠오른 것은 증권거래세야말로 정부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내년 경기 둔화로 세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로 거래세를 내리기에는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안이 관철되더라도 내년 증권거래세수는 8천억원 줄어드는데, 민주당 주장대로 거래세율을 더 내리면 세수는 추가로 1조1천억원 더 감소하게 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내년 세수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주주 기준의 경우 100억원일 때 과세 대상이 3천여명, 50억원일 때는 4천∼5천명 수준으로 기준 변경에 따른 차이가 비교적 크지 않다. 게다가 대주주 과세 대상이 조정되더라도 주식 양도세 과세표준 자체는 80% 이상 유지되기 때문에 세수 부담도 과도하지 않다.
그러나 정부와 야당은 여전히 원안을 고수하며 논의에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정부는 기존 정부안대로 금투세 2년 유예·대주주 기준 100억원·증권거래세율 0.20%를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며, 이른바 `플랜B`는 없다는 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자체 절충안으로 제시한 대주주 기준 10억원·증권거래세율 0.15%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예정대로 금투세 과세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투세 시행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워낙 크고, 시장 불확실성도 여전한 만큼 정부·야당도 결국 일정 수준에서 타협 지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주주 기준을 중심으로 물밑 협상을 이어가며 내년 금투세 시행 유예에 도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여야는 내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중심으로 금투세 등 쟁점 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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