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은행들 수익성도 좋아진다는 게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인데,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반기 들어 은행들의 마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금융권 출입하는 김보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그동안 대출금리 무섭게 오르지 않았습니까?
체감상은 한 두 배는 오른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주변만 보더라도, 3%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왔던 차주가 최근에 6% 중반대로 금리가 올랐다는 사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요.
이렇게 2배 혹은 그 이상으로 금리가 오른 차주들이 이미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4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요.
12월 현재 변동금리형은 상단이 7.65%이고요. 고정금리형은 상단이 7.01%입니다.
1년 사이에 금리가 최대 2.6%p 가량 오른 것입니다.
다만 이건 최근 채권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이 정도인 것이고요.
두 달전이죠.
강원도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으로 금리가 급등했던 10월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상단이 약 3.4%p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대략 1년동안 기준금리 오른게 2.5%포인트 정도 되는데, 그것보다도 훨씬 많이 오른 거네요.
국내 은행들은 보통 이렇게 대출 장사로 돈을 벌잖아요.
그런데도 은행들 수익성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대출금리를 크게 올리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은행권에서는 최근 6개월 사이에 눈에 띄게 우대금리는 높이고, 가산금리는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모습들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대출금리는요. 기준금리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하고, 여기에 급여이체나 카드 이용 등과 같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거나 아니면 지점장 전결사항 등으로 적용받는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적으로 정해지게 됩니다.
이때 은행 재량으로 금리를 더하고 뺄 수 있는 부분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인데요.
최근 1년을 기간으로 놓고 보면, 은행들이 금리를 추가로 많이 덧붙일 때에는 조달금리에 최대 2.4%p 가량 더 올려서 대출금리를 산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약 0.5~1%p 대로 줄어들었는데요.
차주 입장에서는 사실 크게 체감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은행들도 마진을 일정부분 줄여가며 자의든 타의든 고통분담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요.
월별 추이로 보면 지난 6월부터 이 금리가 큰 폭으로 낮아졌는데, 이 때가 공교롭게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권에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된 7월, 8월에 가장 낮았다가 최근 미세하게 다시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당국의 개입때문에 은행들이 대출에 가산금리를 많이 못붙이고 있다.
그런데 은행들 수익성이 나빠졌는지는 사실 예금금리하고도 관련이 있잖아요.
대출금리를 내린만큼, 예금금리도 내렸으면 그만큼 고객들한테 줘야 할 이자가 줄어든다는 얘기니까,
은행들 수익성은 괜찮은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은행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예대금리차인데요.
4대 시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3개월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출금리 조정폭이 예금 금리 인하 폭보다 더 컸기 때문인데요.
이 같은 흐름에 증권가에서도 올해 4분기 은행권의 순이자마진 NIM 상승폭 둔화를 예상하고 있고요.
내년으로 보면 순이자마진 NIM 상승폭이 올해 평균 20bp에서 9bp로 절반 가량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러니까 당국 압박에 예금 대출 금리 다 내리긴 했는데, 대출금리가 더 많이 내려서 마진이 줄어들고 있다.
당국은 이것보다도 더 낮추라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국은 최근 금융사 대출금리를 매주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요.
차주들의 부담이 워낙 큰 만큼 은행권에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통분담에 나서 달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선제적으로 최근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85%p 내리겠다고 밝혔고요.
농협은행 역시 시기나 폭은 미정이지만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은행권에서는 “고통분담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자칫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앵커>
대출받은 사람들은 금리가 낮아지면 당연히 좋은 일이겠습니다만,
은행주 갖고 계신 분들은 수익성 나빠지면 화가날 일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금융당국이 금리인상 자제를 당부한 데 이어 중도상환수수료 한시 면제까지 거론이 되자, 은행주 주가는 지난주 중반까지 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장이 이후 해외투자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들의 주주환원정책을 존중하겠다”라고 밝히면서 배당 확대 기대감에 주가는 다시 반등했는데요.
증권가에서는 “주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가 ‘배당’인데 금융감독원장까지 나서 자율화를 강조한 만큼 올해 배당이 구체화되는 내년 1월말까지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글쎄, 배당도 이익이 난 거에서 주는 건데, 이익이 생각보다 적게 나오면 배당도 영향을 받겠죠.
역대 정부 중에 이렇게 아예 금리를 통제해버리는 경우는 잘 없었거든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대체적으로 당국의 적절한 개입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측면에서 필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일정한 지침을 내놓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과도한 개입이 있어서는 안되겠고 시장경제 원칙에 맡겨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앵커>
금융이 규제산업이고, 공공성이 강조되는 업종이니까, 어려울 때 고통분담. 일부 타당한 면도 있겠습니다만, 앞서 김대종 교수 발언처럼,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수준까지 가버리면 안될 것 같거든요.
금리인상기에 마음먹고 투자한 주주들 입장에선 억울한 일 아닙니까.
<기자>
물론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대출금리의 과도한 인상을 자제시키는 것이 반드시 은행과 주주의 이익 축소, 침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관련 내용 역시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 대출금리가 높으면 순이자마진이 커져서 이익창출이 늘어나고 주주의 몫으로 돌아오지 않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지나치게 금리가 높아질 경우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부실채권이 생기면서 대손비용이 많아져서 위험관리비용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게 또 이익을 줄이는 역할을 하거든요.]
정리해보면, 은행이 적절한 순이자마진을 갖고 오랜 기간 지속가능한 이익을 꾸준히 창출하는 것이 주주 입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앵커>
경제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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