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가는 14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최악의 고비를 넘었음을 시사하는 물가 지표에 안도하면서도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1%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8%가 넘었던 CPI 상승률이 10월 7.7%로 둔화한 데 이어 11월에는 7%대 초반까지 내려온 것이다.
또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3%)보다 낮은 수치였다.
미국 물가 상승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 11월 CPI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계획에 힘을 실어줄 만한 결과였으나, 국내 증권가는 남은 불확실성을 점검하는 데 보다 분주한 모습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물가지표는 물가의 추세적인 안정을 보여주는 한편 연준의 예상과도 부합하는 흐름"이라면서도 "연준의 물가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에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의 초점은 상품물가에서 주택 외 근원서비스 물가로 옮겨갔다"며 "주택 외 근원서비스의 주요 비용은 임금이기 때문에 앞으로 물가보다 고용지표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해선 "기존 예상대로 최종금리는 5.25%로 상향조정될 것"이라며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물가지표 데이터는 유가 하락에 기댄 부분이 컸다"면서 "그러나 현 70달러 수준의 유가는 중국 리오프닝 기대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여서 향후 미국의 전략비축유 저장 및 중국 리오프닝 전개로 유가가 반등한다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11월 물가지표 결과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며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7%대 물가 상승률 자체는 달갑지 않다. 미국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해 얕고 짧은 침체를 경험한다면 역설적으로 추가 물가 하락 폭도 드라마틱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고 내년 2∼3월 25bp씩 인상해 최종금리 5.0%로 긴축을 마무리하더라도 내년 내 인하를 선택하기보다 그 금리 수준을 상당 시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 역시 "내일(한국시간 15일 새벽) 발표될 미국의 12월 FOMC 결과는 기준금리 50bp 인상이 매우 유력하다"면서 "연준 내부에서 속도 조절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시장은) 앞으로 점도표에 찍힐 최종 금리 수준과 금리 인하 시점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낙관론도 나왔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낮아지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미국 경기 둔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물가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7%대인 물가 상승률은 내년 1∼2분기에는 기저효과와 함께 크게 낮아질 수 있다"면서 "이번 FOMC에서도 어렵게 잡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기대를 차단하겠지만,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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