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에 18만원 VS 1,900원…극심한 소비 양극화

전효성 기자

입력 2022-12-29 19:15   수정 2022-12-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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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한 끼에 20만 원 정도 하는 호텔 뷔페가 요즘 한 달 내내 매진이라고 합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한끼에 2천원 남짓한 편의점 김밥으로 끼니를 떼우는 소비자들 역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소비 양극화 현상, 김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한 특급호텔의 뷔페 예약 페이지입니다.

    한 달 뒤 주말과 평일까지 예약이 꽉 찼습니다.

    예약 취소자의 표를 받는 대기순번도 모두 마감됐습니다.

    [저녁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1월 28일, 29일 가능할까요?]

    [고객님 죄송합니다만 28일과 29일은 현재 전원 예약이 완료됐습니다. (예약) 대기까지도 완료입니다.]

    최근 특급호텔들이 잇따라 뷔페 가격을 올리면서 저녁 한 끼 가격이 20만 원에 육박하지만, 예약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3~5만원 웃돈을 붙여 식사권을 구하는 사람도 생길 정도입니다.

    [호텔업계 관계자: 예약률도 높은 편이고, 아무래도 연말이고 이러다 보니까… 저희 지금 크리스마스 행사하고 있거든요. 오픈 나흘 만에 10만 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한편에선 고물가 시대,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가성비족도 늘었습니다.

    편의점에서 가장 저렴한 1,900원 김밥부터 평균 4,000원대의 도시락으로 한 끼를 떼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올해 한 편의점의 도시락 매출(1~11월)은 작년보다 40% 늘었습니다.

    런치플레이션이 심해지자, 자주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 구독 쿠폰도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 구독 서비스 같은 경우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요즘 소비자층이 대부분 현명한 소비라든가 그런 것을 추구하고 잘 알아보고 소비하기 때문에 도시락 구독 등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초고가냐 가성비냐, 한 끼 식사 풍경이 소비 양극화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초고가 소비와 짠물 소비가 공존하는 소비양극화 현상은 올해 유통가를 관통한 키워드였습니다.

    관련해서 유통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전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보면 소비양극화가 극명한데요, 이같은 소비양극화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우선 스태그플레이션, 그러니까 경기불황 속에서 물가가 동시에 오른 상황에서 소득의 격차가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됩니다.

    올해 3분기 자료를 보면 가계소득에서 세금과 이자 같은 걸 낸 다음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금액, 실질 처분가능소득이 3.6% 감소했습니다.

    2006년 이후 분기 사상 최대 감소폭인데 그만큼 경기 흐름이 안 좋다는 거죠.

    특히 이런 여파는 저소득 계층에 더 큰 타격을 주게 되는데요.

    이 지표도 좀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소득이 1% 줄었는데, 상위 20%인 5분위는 3.7% 늘었습니다. 경기 한파가 저소득층에게 더 매서웠던 거죠.

    불황이 불러온 경제적 양극화가 `짠물 소비`와 `플렉스(FLEX)`라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물가가 상승하면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요, 소득이 낮은 분들을 중심으로 경기부진에 따른 타격이 커지기 때문에 소비 양극화가 진행되고…]

    <앵커>

    사실 경기 불황은 주기적으로 반복되지 않습니까?

    과거 불황기에는 명품과 사치재 소비도 줄어드는 흐름이었는데, 최근에는 다른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관련해서 최근 한화투자증권이 주목할 만한 자료를 발표했는데요.

    여기를 보면 1998년 금융위기 때는 백화점 매출 감소폭(-9%)이 슈퍼마켓(-2%)보다 컸고요.

    2003년 카드 사태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백화점은 역성장(-3%)했지만 슈퍼마켓은 매출이 신장(+3%)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소비 둔화 국면에서도 백화점 채널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실제 올해 백화점 업체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약 50%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롯데백화점 47.3%, 현대백화점 48.2%, 신세계백화점 56.4%).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은 `가치 소비`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는데요.

    비누, 세제 등 생필품은 비싼 제품과 저렴한 제품의 가치 차이가 도드라지지 않는 반면, 명품 같은 사치재는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특히 본인의 소비를 과시할 수 있는 SNS 등장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켰다는 설명입니다.

    이를 뒷받침 하는 또 다른 연구도 있는데요.

    SNS 이용 시간에 따라 상위 계층과의 비교가 잦아지고, 잦은 비교는 과잉 소비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같은 돈이라면 최대한 가치를 드러내는데 집중하게 되고, 결국 과잉소비와 짠물소비가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는 거죠.

    [허경옥 / 성신여대 교수: 다소 사치스러운 소비를 하면 그걸 드러내려고, 과시하려고 하다 보니까 많은 사람이 과잉 소비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어요. 좋은 제품, 비싼 제품을 샀으면 친구들에게 (SNS로) 보여주고, 이런 것들이 만연되다 보니까 양극화 현상이 더 확장돼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앵커>

    그렇군요. 관심은 소비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유통 채널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땠습니까?

    <기자>

    고급화, 그리고 최저가 전략으로 구분됐습니다.

    프리미엄 유통채널인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를 늘리는 등 고급화에 방점을 찍은 리뉴얼을 단행했습니다.

    여기에 기획형 팝업스토어를 열고, 미술·전시 공간을 확장하는 등 백화점 방문 고객을 늘리기 위한 공간 마케팅에도 집중했습니다.

    반면, 대형마트는 한푼이라도 절약하려는 고객을 사로잡고자 최저가 경쟁에 나섰습니다.

    다른 곳보다 제품을 비싸게 구매하면 차액을 보상해주거나(홈플러스), 필수품을 온라인 판매 채널보다 싸게 판매하는 전략(이마트)을 내놓기도 했죠.

    특히, 홈플러스는 치킨 한 마리를 5,980원에 판매(당당치킨)하며 10년여만에 제2의 통큰치킨 이슈를 불러오기도 했고요.

    마지막으로 편의점은 알뜰 소비를 원하는 1020 세대를 사로잡고자 일제히 구독 상품을 내놨는데요,

    한달 2천~4천원대의 구독 상품에 가입하면 커피나 도시락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런치플레이션 상황에서 가성비 제품에 구독을 더해 편의점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는 전략인 거죠.

    <앵커>

    유통업계의 경향성이 뚜렷했던 한해였던 것 같은데, 이같은 현상을 불러온 소비 양극화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습니까?

    <기자>

    내년에도 고물가와 고금리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죠. 소득 양극화, 그로 인한 소비 양극화 현상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프리미엄 채널인 백화점과 가성비 소비처인 편의점을 최선호주로 꼽고 있습니다.

    백화점의 주요 수익원인 명품, 물가부담을 줄일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 등은 대체불가한 고유 카테고리라는 겁니다.

    판매 채널 뿐 아니라 패션 업계에서 브랜드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명품, 가성비를 앞세운 SPA 브랜드는 견조한 흐름을, 중간 단계에 있는 브랜드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실제, 올해 토종 브랜드인 TBJ, ANDEW는 생산 중단 결정을 내렸는데 그동안 이어져 온 소비 양극화 흐름을 피하기 어려웠단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올 한해 유통가를 관통했던 양극화 흐름이 내년에는 어느 영역까지 확장될지도 지켜봐야할 지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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